[데스크라인]혁신형 중소기업정책

u비즈니스가 IT업계 화두로 떠오른 지 오래됐다. e비즈니스를 빼고선 IT정책이나 IT산업을 논할 수 없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u비즈니스가 대세로 굳어졌다. IT 분야에 한자락 걸치고 있다는 사람치고 u비즈니스 시대의 도래를 얘기하지 않는 이가 드물다. 정책 입안자들도 기존의 IT정책에 ‘u’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바쁘다. 예산 한푼이 아쉬운 마당에 굳이 약발이 다한 e비즈니스를 들고 고민할 이유가 없다는 투다. u비즈니스의 큰 흐름에 편승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초조함이 곳곳에서 읽힌다.

 이런 세태에 e비즈니스 전문업체 관계자들은 섭섭함을 토로한다. u비즈니스와 e비즈니스의 경계를 분명하게 긋기는 힘들지만 IT정책이나 IT업계 분위기가 u비즈니스라는 급류에 휘말리자 ‘아차’ 싶었던 모양이다. e비즈니스 분야 정부 예산이 축소되면서 e비즈니스라는 명함을 가지고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게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며 지레 걱정한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e비즈니스 업계 한 대표의 문제 제기가 도발적으로 들린다. “도대체 u비즈니스의 실체가 무엇입니까. 다들 너무 앞서 가고 있어요. 기존의 IT 인프라에 무선망과 콘텐츠를 결합하자는 것인데 우리 실정으로는 너무 빠른 것 아닌가요?” e비즈니스도 제대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무슨 u비즈니스냐는 항변이자 질책이다. e비즈니스를 제대로 한번 해볼 수 있게 해달라는 주문도 빼놓지 않는다.

 좀 맥락이 다르지만 요즘 벤처기업들도 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정책에 비슷한 감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혁신형 중소기업의 범주에 벤처기업이 들어가 있으니 크게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혁신형 중소기업이 참여정부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벤처기업은 하위 개념으로 격하된 감이 없지 않다. 정부가 2004년 벤처기업 활성화 대책, 2005년 벤처 활성화 보완대책 등을 내놓으면서 벤처기업 육성 의지를 다지기는 했다. 그러나 벤처기업 육성책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공허하다. 벤처패자부활제, 프리보드시장(과거 제3시장) 육성, 벤처 M&A 활성화 등 정책이 겉돌고 있다.

 여기에는 대박신화를 꿈꾸다 무너진 벤처기업이 우리에게 각인시킨 학습효과와 벤처업계의 피해의식도 한몫 했다. 벤처기업이라는 말에는 열정·희망·신화·버블·비리 등 온갖 이미지가 녹아 있다. 안타깝게도 부정적 이미지가 가시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뭔가 주눅이 들어있는 게 벤처업계의 요즘 속사정이다. 벤처기업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분명 과거보다 벤처정책의 약발이 약해졌다. 정부는 진작에 ‘선택과 집중’의 논리를 내세웠고 혁신형 중소기업이 결정판이 됐다. 정부는 오는 2008년까지 혁신형 중소기업 3만개를 육성하겠다며 고삐를 틀어쥐고 있다. 업체로서도 혁신형 중소기업이라는 간판이 있어야 정책 자금지원이나 정책과제 수주가 수월해질 모양이다. 이 때문에 정부 지원에 목말라하는 중소업체들은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지정받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다.

 여기서 슬그머니 의문이 생긴다. ‘혹시 정부의 혁신형 중소기업 정책이 숫자 맞추기로 변질되는 것은 아닐까?’ ‘2008년까지 3만개를 어떻게 맞추지?’ ‘차기 정부에서도 혁신형 중소기업 육성책은 여전히 유효할까?’ 온갖 생각이 겹친다. 벌써 혁신형 중소기업 정책의 앞날을 걱정하는 얘기들이 들린다.

◆장길수 경제과학부장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