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겪는 휴대폰 엔지니어들 중국 기업行 본격화

 휴대폰 업계에 구조조정과 중소기업의 도산이 잇따르면서 관련 연구개발 인력들이 중국과 대만 등 중화권 기업으로 흡수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급 엔지니어들의 중화권 기업행이 첨단기술 유출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계 엔지니어들에 스카우트을 손을 뻗치고 있는 주요 기업로는 대만의 벤큐-지멘스, 중국의 닝보버드와 TCL, 미국계 중국기업 유티스타컴 등이 꼽힌다. 이들 외에 저가 단말기를 생산하는 중국기업들도 에이전트를 통해 한국 엔지니어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중화권 기업의 스카우트 물망에 오르는 이들은 주로 구조조정중인 기업 재직자와 최근 문을 닫은 중소기업 출신자들이다.

 이에 따라 메가픽셀 카메라폰·초슬림폰 등 첨단폰에 관한 지식 및 개발 경험을 갖춘 엔지니어들이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 기운을 느낀 일부 인력들이 중화권 휴대폰 업체는 물론 지상파DMB와 와이브로 분야 기업을 대상으로 전직을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화권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등의 글로벌 기업과 격차가 벌어지는 차세대 휴대폰분야 기술 보완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중국을 다녀온 한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에 적잖은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서 현지기업들에서는 안정성을 뒤받침 해줄수 있는 고급 엔지니어 수요가 늘고 있다”며 “특히 개방지역인 선전 등을 중심으로 인력 유출이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중화권기업에 입사한 한 엔지니어도 “기구를 설계하는 연구개발 엔지니어 상당수가 대만, 홍콩에서 중국 기업 일을 해 주고 있다”며 “일본과 한국의 기술력 차이처럼, 중국은 아직 한국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들이 자본이 취약한 한국 휴대폰 디자인하우스에 지분을 투자한 뒤 연구개발 본부를 아예 중국으로 옮기는 상황도 나타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CDMA 인력에 대한 중화권기업들의 흡수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계 중국기업 유티스타컴이 지난해 CDMA단말기 제조회사였던 기가텔레콤의 전문인력을 중심으로 회사를 설립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만의 FIH 등이 한국에 지사 설립을 통해 CDMA 휴대폰 연구개발(R&D) 인력 모집에 나섰다.

 한편 지난 2003년부터 올 7월말까지 중소 벤처기업의 기술을 유출하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44건으로, 이 가운데 전기전자와 통신이 각각 22건, 9건으로 절대적 비중을 차지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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