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두 가지 본능적인 성욕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종족 번식을 위한 섹스(性慾)를 의미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말 하고 싶은 욕구(聲慾)다. 둘은 본능적이란 점에서 통제하기 힘들다는 게 공통점이다. 다른 점이라면 전자(性慾)가 육체적인 욕구이고 후자(聲慾)는 정신적인 욕구라는 것이다.
후자는 특히 세련된 간접 화법이든 직설 화법이든 사회성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다수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토론에 가까운 논쟁이나 단순한 수다라도 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후자는 전자와 마찬가지로 너무 심취하면 중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중국 삼국시대에도 후자에 대한 기록이 많이 나온다. 근래에는 정치권의 수사로 후자가 많이 활용되기도 했다. 변호사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의 화법이 언론을 타면서부터다. ‘긴 회의, 말씀 많은 것 고쳤으면’ 하는 노 대통령에 대한 전경련 강신호 회장의 아쉬움은 그래서 노 대통령이 후자에 심취돼 있지 않나 하는 걱정이 들게 한다.
‘반미면 어떠냐’ ‘대북 설득에 미국이 제일 실패했다’ 하는 말들이 대표적이다. 외교적 수사가 필요한 말을 거침 없이 쏟아내 주위의 우려를 사고 있다. 거침 없으면서도 탁월한 언변이 혹시 그런 욕구에 기인한 것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성욕이 넘치면 다른 이의 말을 듣지 않게 되는 법. 좀체 설득당하지 않는 노 대통령의 스타일은 그래서 해박한 지식 탓이 아니고 후자가 왕성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새로 출범한 방통융합추진위는 그런 점에서 혹시나 성욕에 빠질 개연성을 경계해야 한다. 화려한 말 잔치만 벌여놓고 과실을 거두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행히 안문석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다수는 말을 앞세우지 않고 조용한 추진력을 갖춘 이력의 소유자들로 평가받고 있다.
당장 현안도 많다. 통·방 융합비전 및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하고 규제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구조개편과 법제 정비도 추진위의 몫이다. 통·방산업 활성화도 물론이다. IPTV는 특히 눈 앞의 현안이다. 부처 간, 업계 간, 정치권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설득과 협상을 위한 ‘세치 혀’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부각되고 있다. 성욕에만 빠지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라는 게 업계와 국민의 바람이자 기대다.
IT산업부·박승정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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