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골키퍼와 열두 번째 u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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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지구촌은 월드컵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전 세계 65억 인류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열기는 한층 더해가고 있다. 우리 태극전사들은 멋진 경기를 보여주었지만 심판의 편파 판정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경기마다 최선을 다한 태극전사에게 박수를 보낸다.

 “경기는 90분 동안 계속된다. 90분은 얼마나 길까. 그것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얼마나 길까. 그것을 과연 누가 참을 수 있을까?”

 독일의 한 시인이 독일월드컵을 기념하기 위해 최근 지은 시의 일부다. 일반인에게 축구는 축제지만 시(詩)에서처럼 선수들에게는 일이고 고통이며 승리를 위한 과정일 수 있다.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유비쿼터스 사회에서의 IT전략·정보화·정보보호를 생각하게 됐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공격수가 골을 넣어야 하고 수비수는 상대 공격을 잘 차단해야 하며 마지막으로 골키퍼는 볼을 잘 막아줘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감독의 전술과 우수한 공격 스타 플레이어가 있다 하더라도 수비수·골키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팀의 조직력은 살아나지 못한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정보보호는 골키퍼에 비유될 수 있다. 골키퍼는 마지막 수비수다. 골키퍼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팀은 경기에서 이길 수 없고 전열은 흐트러지게 된다. 이는 아무리 훌륭한 인프라나 첨단 IT도 정보보호가 취약하다면 순식간에 무용지물이 돼 버리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정보보호는 IT인프라나 설계단계부터 중요시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하는 유비쿼터스 사회의 기본 축은 IT839전략이다. 그리고 이 전략을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정보보호다. 그러므로 정보보호정책·기술개발·법·제도는 IT839전략과 병행돼야 한다.

 최근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2000여만명의 정보가 유출된 사건이나 리니지 사태 등 수많은 정보 유출·침해 사건으로 정보보호의 인식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예방책은 아직도 부족하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을 맞이하기 위해 각국 축구관계자는 준비에 준비를 거듭한다. 하물며 우리 삶의 근간이 되고 생활의 일부, 아니 전부가 될지도 모를 유비쿼터스 사회의 근간이 되는 정보보호는 더욱 진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향하는 유비쿼터스 사회의 제방을 쌓는 일은 축구와는 또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최근 ‘개인정보 보호 없이 유비쿼터스 시대는 없다’는 인식 아래 올해 추진할 역점 정책 가운데 정보보호가 최우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무적인 일이다.

 행복하고 안전한 유비쿼터스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정보화의 골키퍼인 정보보호에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 한다. 하지만 정보보호는 유비쿼터스 사회에서 쉽게 간과될 수 있는 부분이다. 사건만 터지지 않으면 그냥 수면 아래 잠겨 평상시에는 그 중요성을 쉽게 지나치게 된다. 정보보호 없는 정보화 사회는 골키퍼 없는 축구팀과 같다.

 ‘승리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철학으로 심약한 포르투갈 축구에 동력을 불어넣고 있는 스콜라리 감독은 2002년 월드컵 우승국 브라질의 감독이었다. 그는 ‘아름다운 경기는 목적이 될 수 없다. 경기에 지고도 행복이나 즐거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실현할 유비쿼터스 사회도 마찬가지다. 정보보호 없이 이루어진 유비쿼터스 사회가 허술하게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막강한 정보보호 장벽을 위해 우리는 스콜라리 감독 같은 각오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열두 번째 전사인 붉은악마가 태극전사를 응원한 것처럼 국민이 유비쿼터스 사회의 기반이 되는 정보보호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여줄 것을 당부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머지않아 빈틈없는 유비쿼터스 사회, 진정한 IT강국으로 우뚝 자리매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홍섭 한국정보보호진흥원장 hslee@ki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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