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통신·방송 부문은 유난히 많은 대형 이슈로 넘쳐났다.
통신부문에서는 새 단말기보조금법을 놓고 정부와 업계·정치권 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으며, HSDPA·와이브로 등 신규서비스와 유무선 결합상품의 출시로 본격적인 융합시대를 열었다. NTT도코모와의 제휴, 힐리오 출범 등 통신사업자의 글로벌화를 위한 노력도 돋보였다. 치열하게 속도경쟁을 벌인 초고속인터넷 부문에서는 새롭게 진입한 파워콤의 돌풍과 SO의 파상공세가 두드러졌다.
방송부문도 제2기 방송위원회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3기 방송위원 추천 방향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으며 경인지역의 민영방송사업자도 새롭게 선정됐다. SO들의 초고속인터넷·인터넷전화 등 통신사업 진출도 기간통신 역무가 주어짐에 따라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휴대폰 부문서도 초슬림폰이 지난해에 이어 산업의 큰 흐름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지상파·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이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최근에는 와이브로·초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상용화를 맞아 속속 이와 관련한 단말기들이 선보였다. 무엇보다 단말기보조금 합법화에 따라 휴대폰 판매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가량 늘어난 것도 눈에 띄는 흐름이었다. 장비부문의 중계기 특수도 눈에 띄는 변화였으며, 위피폰 역시 상반기 1000만대 돌파하면서 이동통신 솔루션 시장 가능성에 시선이 쏠렸다.<편집자>
◇통신서비스
상반기 유선통신 시장은 정체된 시장 속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채 부침을 거듭했다. 특히 출발 당시 올 유선 시장에서는 IPTV와 같은 통·방융합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는 법·제도가 만들어지는 등 통신과 방송 규제기관 간 미래지향적인 논의가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대부분 사안이 하반기로 미뤄진 상태다. 다만 정통부가 추진하는 BcN 시범사업에 SBS기술연구소가 기술검증 차원에서 참여를 결정한 상황 정도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지난 5월 기준 시내전화 가입자는 2306만여명으로 2292만명 수준이었던 지난 연말과 비교해도 소폭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LG텔레콤이 집 안에서의 통화를 이동전화로 유도하고자 하는 파격적인 요금의 ‘기분존’ 상품을 출시하고, 데이콤도 인터넷전화(VoIP)를 활용한 무선 와이파이폰 서비스를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유무선 및 서비스 영역파괴 현상이 상반기 본격화됐던 것으로 분석했다.
유선 시장의 최고 격전지인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두루넷 인수를 마무리한 하나로텔레콤이나 실질적인 서비스 첫해를 맞은 파워콤의 공격적인 영업으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 시기다. ADSL 및 VDSL에 이어 100Mbps급 광랜 서비스로 속도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5월 기준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는 1266만명을 넘어서, 지난 연말 기준 50만여명의 가입자가 증가한 것으로 파악돼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정체현상을 드러냈다. 특히 대형 SO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말 9%대의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를 지나며 10%를 넘어섰다.
이동통신 시장 역시 각종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시장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변수는 무엇보다 지난 3월 말 시행된 새로운 단말기 보조금 규제법. 18개월 이상 장기가입자에게 허용하는 ‘보조금 양성화’ 조치는 2분기 들어 가입자 유치 경쟁에 불을 댕겼으며 하반기에도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예고했다.
지난 5월 SK텔레콤은 휴대폰에 HSDPA 기능을 세계 최초로 구현한 ‘3G+’ 서비스를 전격 개통, 시선을 모았다. KTF도 조만간 WCDMA/HSDPA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어서 3세대 이동통신 시장은 올해부터 크게 활성화할 전망이다. 나아가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NTT도코모와 제휴, 힐리오 출범, 차이나유니콤 지분투자 등 대형 이슈를 터트리면서 글로벌화를 지향했다. 그런가 하면 LG텔레콤은 4월 ‘기분존’ 서비스를 출시, 유무선 통신시장 사이의 장벽을 허물었다.
가입자 수도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해 말 3834만여명이었던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는 지난 5월 3900만명을 넘어섰고, 연말께면 가입자 4000만 시대를 넘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말 기준 이동통신 3사의 점유율 구도는 지난해 말보다 SK텔레콤이 0.2% 하락한 50.7%, KTF는 0.1% 상승한 32.2%, LG텔레콤은 0.1% 상승한 17.1%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새 보조금 제도와 맞물려 잠시 주춤했던 가입자 유치경쟁은 또 다시 달아올라 3사의 월간 번호이동 가입자는 지난해에 비해 상승한 50만명 이상을 나타냈다.
◇방송서비스
상반기 가장 큰 이슈는 국내 방송정책을 이끌어갈 방송위원 선임 문제였다. 지난 3년간 국내 방송정책을 집행해온 2기 방송위원의 임기가 지난 5월 9일로 끝나고, 새 방송위원 선임을 앞두고 있다. 사실 2기 위원 임기가 끝나면서 3기 방송위원으로 바로 넘어가야 했지만, 국회에서의 여야 간 대립과 5·31 지방선거 등이 겹치며 두 달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6월 말에 국회 문광위가 개원함에 따라 조만간 3기 위원 인선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방통융합추진위도 가시화됐다. 지난 6월 초 국무조정실·문화부·정통부·방송위·재정경제부·과학기술부·행정자치부·산업자원부·기획예산처·법제처·국정홍보처·공정거래위원회의 12개 부처 및 위원회가 참여하는 방통융합추진위 지원단을 구성하는 것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방통융합추진위도 정식으로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제2의 SBS로 불리며 관심을 끌던 경인지역 민영방송 사업자도 선정됐다. 영안모자·CBS 등이 중심이 된 ‘경인TV 컨소시엄’이 선정돼 현재 법인설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휴대이동방송인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는 국내에서는 성공적으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유럽과 중국 등 해외진출에도 성공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국내 지상파DMB 서비스는 단말기 보급 100만대를 돌파하면 단기간에 새로운 조류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1월 지상파DMB폰 판매가 시작되며 보급속도에 탄력을 받았고 △다양한 종류의 단말기 등장 △수도권 지하철 중계망 개통 △독일 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상파DMB는 해외진출에도 성공해 독일·중국·프랑스·인도·이탈리아·영국 등 세계 여러 나라로 보급됐다. 이에 힘입어 인코더·단말기 등 관련 장비업체도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휴대폰
상반기 내수 휴대폰 시장은 지난 3월 27일 시행된 새 보조금 제도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전체 내수 휴대폰 시장규모는 총 730만∼760만대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685만∼700만대에 비해 8%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올 1월 반짝 특수가 발생했으나, 이후 연속 3개월 동안 판매량이 하강곡선을 그렸다. 실제로 2월부터 4월까지는 보조금 대기 수요가 발생하면서 전통적 성수기인 졸업·입학 등 계절적 특수가 실종되기도 했다. 다만 5월부터 시장이 반전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지난 1월 등장했던 공짜폰과 마이너스폰 등이 이통사의 가입자 유치경쟁이 불붙으면서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지난 5월 시장점유율을 53%까지 끌어올렸고, SK텔레콤 역시 보조금 제도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보조금 정국하에서 단말기만 교체하는 기기변경 수요가 상대적으로 SK텔레콤을 통한 삼성전자 고가 단말기로 몰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팬택계열·LG전자 빅3 업체 간 경쟁 구도에는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LG전자와 팬택계열 간 2위 싸움은 막판까지 치열하게 전개됐다. 디자인 면에서는 슬림슬라이드형과 슬림폴더형 등 슬림폰 판매가 상승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의 초슬림 슬라이드폰(모델명 V840)·블루블랙Ⅱ(모델명 D600), LG전자의 초콜릿폰의 인기에 이어 후발업체인 브이케이도 8.8㎜ 바타입 휴대폰을 내놓은 데 이어 KTFT가 7.9㎜폰을 내놓는 등 초슬림 경쟁이 대세로 자리매김했다. 월드컵이 개막하면서는 지상파DMB폰 등 모바일TV폰 판매가 늘어나기도 했다.
◇장비·솔루션
상반기 통신장비업계는 새 부흥기를 맞으며 활력을 되찾았다. KT·SK텔레콤·KTF 등 대형 통신사업자의 신규서비스를 위한 투자가 이어지면서 특수를 맞았다. 우선 기지국 장비와 중계기 등의 업계가 활황세를 맞았다. 특히 중계기 업계는 통신사업자가 와이브로·HSDPA 등의 상용화를 위한 시설투자에 들어가면서 벤처붐 이전의 활력을 되찾았다. SK텔레콤이 HSDPA의 전국망 구축에 나선데 이어 KTF마저 전국망 구축을 앞당기면서 장비업계는 희색이 만연했으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특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솔루션 부문에서는 무선인터넷플랫폼 표준 ‘위피’를 탑재한 휴대폰 보급량이 1000만대를 돌파하며 대중화 기반을 크게 넓혔다는 평가다. 지난해 4월 정통부 고시에 따라 위피의 휴대폰 탑재가 의무화된 것을 계기로 1년 만에 700만대가 넘는 보급성과를 거두며 대중화 기반을 크게 확대했다. 1000만대 돌파가 갖는 의미는 이통사의 인위적 지원이 따르지 않아도 스스로 자생력을 갖는 시장성을 갖췄다는 것. 특히 위피폰은 2004년 후반 이후 나온 고성능 휴대폰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무선인터넷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다만 KTF가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연내에 퀄컴의 무선인터넷 플랫폼인 ‘위피온브루’를 재도입하기로 하는 등 플랫폼 전략을 전면 수정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위피’ 표준을 제정하는 표준화위원회가 올 상반기 개방형 커뮤니티로 탈바꿈한 것도 주목되는 변화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표준화위원회의 구성도 대폭 개방했다. 규격을 심의하는 기술위원회를 신설, 업계의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했으며 표준 제안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무료 표준 정책을 폐지하는 대신 개별 기업들의 특허기술도 수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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