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게임을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서비스하는 이른바 ‘채널링 서비스’가 게임업계의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엔 게임 부문이 취약한 일부 종합 포털을 통해 공동 서비스하는 정도였지만, 최근엔 게임포털 등 경쟁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도 불사하는 등 채널링의 양적 및 질적 확대가 본격화되는 경향을 보여 그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계 최대 게임전시회인 ‘E3 2006’이 열기를 더하던 지난달 중순. 예당온라인은 E3 현장에서 심혈을 기울여 개발중인 차기작 ‘프리스톤테일2(프테2)’을 NHN을 통해 채널링 서비스하겠다는 깜짝 발표회를 가졌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중 하나인 ‘프테2’를, 그것도 경쟁기업인 NHN과 동시 서비스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가히 파격적이라 할 만한 사건이다.
채널 마케팅이 온라인 게임업계의 새로운 코(co) 마케팅 툴로 전면에 부상하고 있음을 함축적으로 대변하는 일이다. 대표적인 비투씨(B2C) 비즈니스로 그동안 경쟁사와의 협력 비즈니스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던 온라인 게임 시장에 이처럼 경쟁기업 간 전략적 채널 마케팅이 고개를 들고 있는 근본 배경은 과연 무엇일까.
# 시장 파이 확대가 우선
채널 마케팅이 온라인 게임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실리 우선 주의’가 깊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리를 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채널 마케팅에 메이저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시장 파이다. 시장 확대를 위해선 굳이 독자 서비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독자 서비스로 100을 버는 것보다 비록 50%만 가져가도 300을 버는 편이 이익이란 경제학원론적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 파이도 중요하지만 유저풀을 확대하는 것이 게임이 롱런을 하는데 매우 유리하다는 점도 채널 마케팅을 더욱 활성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매출이 별 차이가 없더라도 유저풀이 그만큼 커지면, 유저 저변이 넓어 붐업을 형성하기 쉽고 오래도록 인기를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실제 조이시티와 KTH에 동시 서비스돼온 ‘프리스타일’의 경우 이같은 일종의 채널 마케팅이 흥행에 적지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형 포털 등 온라인게임 서비스업체들이 다양한 게임 라인업을 위해 인기에 상관없이 채널 마케팅에 적극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당장에 매출 기여도나 유저 확대엔 플러스효과가 적을 지 몰라도 포트 폴리오상 부족한 콘텐츠 라인업을 보강함으로써 전체적인 사이트 밸류에이션을 높이자는 의도란 얘기이다.
중견 퍼블리셔의 한 게임 소싱 담당자는 “메이저 퍼블리셔들이 주로 콘텐츠 보강 차원에서 구색 맞추기로 다양한 게임을 대상으로 채널 마케팅을 적극 시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처럼 채널링을 할 경우 신규 퍼블리싱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은 것이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 리스크 분산용…불가피한 선택
그러나, 온라인게임 업계가 경쟁적으로 채널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라인 게임 시장의 구조적인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라는 견해가 적지않다. 온라인 게임 시장이 고도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 본격적인 무한 경쟁 시대를 맞이함으로써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채널 마케팅을 대안으로 채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유저 저변이 넓은 스포츠 등 캐주얼 게임과 달리 유저층이 제한적인 MMORPG와 같은 하드코어 게임들의 경우 시장의 한계가 분명하다. ‘그라나도에스파다’ ‘제라’ ‘구룡쟁패’ 등 최근 대작 게임들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즉, 공급에 비해 수요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시장 구도 속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채널 마케팅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고 경쟁기업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영원한 동지도 적도 없는 시장 상황에 맞춰 우군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강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도 풀이된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무한경쟁시대에 자연스런 ‘짝짓기’의 한 유형이란 의미이다. CJ인터넷이 게임포털 부문에서 최대 라이벌인 NHN과 ‘대항해시대온라인’을 전격적으로 채널링 서비스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경쟁게임이 쏟아지면서 채널링을 통한 세력 확대가 경쟁의 중요한 변수로 부상한 것도 사실이다. ‘마구마구’의 경우 당초 개발이 늦어져 경쟁게임인 ‘신야구’에게 초기 시장을 내주었으나, 채널링 등 공격적 마케팅으로 1위를 탈환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이에따라 ‘신야구’ 서비스사인 한빛소프트측도 채널링 확대를 추진, 본격적인 세(勢)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 향후 전망과 과제
현재 게임업계에선 채널 마케팅 효과에 대한 성공 모델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과 업계의 경쟁 구도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채널 마케팅은 다양한 방법으로 확산돼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개발사-퍼블리셔 협력형’과 ‘게임포털 간 연합형’을 필두로 ‘퍼블리셔-게임포털 제휴형’ 등 채널링 모델이 더욱 다양해질 가능성이 높다. NHN과 예당온라인의 ‘프테2’ 사례처럼 아예 오픈도 하기 전에 채널링 서비스 계약을 맺는 사례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독자 서비스에서 채널링 서비스로 돌아서는 경우 흥행에 실패한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서비스 및 마케팅 채널이 늘어남에 따라 신규 유저 유입이 늘어나 인기를 되살리는데 유리하다는 찬성론과 한번 인기가 추락한 게임은 아무리 서비스 채널을 늘린다고 해도 재도약하기 어렵다는 반대론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채널링 서비스가 명실공히 온라인 게임 시장의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확고히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한가지 전제조건이 해결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흥행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사후 고육지책으로 채널링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시장 조사와 사전 기획을 거쳐 능동적으로 채널링을 선택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마치 상용화 모델을 정립하듯이 게임 개발 단계에서부터 채널 마케팅에 대한 시장성 검토와 세부 실행 계획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널 마케팅이 게임업계의 일회성 실험으로 끝날 지, 새로운 선진 온라인 게임 마케팅으로 자리잡을 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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