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디지털 전자 제품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환경 규제 정책 윤곽이 드러났다. 내달 유럽연합(EU)의 특정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이 발효되는 데 이어 중국의 환경 규제가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우리나라의 디지털 전자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차이나 RoHS’라고 불리는 중국의 환경 규제 정책은 내년 하반기 이후 실시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발효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내년 3월로 앞당겨졌다.
레이 웬 중국 신식산업부 부주임은 “차이나 RoHS는 환경 보호 원칙 아래 유해 물질을 줄이고 대체 물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며 “앞으로 중국에 전자 제품을 수출하려면 반드시 이 원칙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상은 넓고 예외는 적고=차이나 RoHS는 겉으로는 EU RoHS와 거의 같다. 우선 규제 대상이 납·수은·카드뮴·크로뮴·폴리브로민화비페닐·폴리브로미네이티드디페닐에테르 등으로 동일하다. 규제 대상과 비슷한 성분이지만 환경 오염이 상대적으로 덜한 데카크로뮴이나 데카브로민 등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같다.
문제는 규제 범위가 넓고 예외 조항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EU RoHS는 영역별로 규제 대상인 품목을 세부적으로 정의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납을 사용하는 PDP 등은 아직 규제 대상에 넣지 않았다.
반면에 차이나 RoHS는 규제 대상을 모든 ‘전자정보제품’이라고 규정하면서 다만 군사용에만 예외를 뒀다. 또 EU RoHS가 소속 국가별 기존 법령에 따라 규제 물질과 적용 대상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한 데 비해 차이나 RoHS는 단일 국가이기 때문에 지방 정부별로 유연성이 없다.
◇발등의 불, 차이나 RoHS=차이나 RoHS의 중요성이 큰 것은 중국이 우리나라 디지털 전자 제품의 최대 수출 시장이기 때문이다.
올해 5월까지 우리나라의 대중국 디지털 전자 수출액은 92억700만달러로 전체의 20%에 해당한다. 같은 기간 EU 가입국 전체를 더해도 84억300만달러로 중국 하나의 금액을 밑돈다.
따라서 차이나 RoHS가 반도체나 디스플레이·휴대폰 등 우리나라의 전략 수출 제품에 영향을 미친다면 전체 수출액의 감소는 물론이고 무역 수지 악화도 불가피하다.
여기에 EU에 디지털 전자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가 주로 대기업인 데 비해 중국 진출 디지털 전자 기업 중에는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영세 업체도 적지 않아 위험을 더하고 있다. 다만 대기업은 EU의 RoHS에 대비하는 과정 속에서 차이나 RoHS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자부 관계자는 “EU RoHS보다 차이나 RoHS가 더 큰 파장을 몰고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관련 기관 및 기업과 협력해 실태 파악에 이어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장동준기자@전자신문, dj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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