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동양계가 많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지만 요 며칠 시내에선 부쩍 한국어가 많이 들린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린 ‘국제 정보디스플레이학회 및 전시회(SID)’에 참석한 한국 사람들이 곳곳에서 인사도 하고 토론도 하고 상담도 하고 있는 것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중심지가 한국·일본·대만이라 그렇겠지만 거대한 행사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이 동양인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인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디스플레이 한국의 위상은 SID에서도 확고하다. 전체 전시장에서 가장 많은 관객이 모이는 곳은 삼성전자와 삼성SDI·LG필립스LCD의 부스다. 가장 다채롭고 새로운 제품으로 관객을 맞고 있는 것도 한국 부스다. 행사의 한 축인 학술대회에서도 한국인이 제출한 논문이 전체의 27%로 가장 많다.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많다.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오늘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다.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일본 업체들이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 상황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 오늘의 한국 디스플레이를 만든 사람들이 지금도 기업에, 학교에, 연구소에 포진해 있다.
요즘 가장 각광받고 있는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을 만든 사람들은 정작 아직도 달콤한 열매를 맛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초창기엔 기본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했고, 다음엔 양산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밤잠도 못 자며 뛰었다. 이제는 조금이라도 더 가격을 줄이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공정을 혁신하기 위해 뛰고 있다. 10년이 넘도록 그들은 여전히 바쁘게 뛰고 있다.
올해 SID에서 40인치 LCD를 처음 개발한 석준형 삼성전자 부사장, 능동형 OLED 기술 개발에 공헌한 정호균 삼성SDI 부사장이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황기웅 서울대 교수와 장진 경희대 교수는 SID 펠로로 임명됐다.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에 공헌한 이들의 성과를 기리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더 많은 한국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이 SID에서, 또 국제 무대에서 합당한 인정을 받게 되길 기대해 본다. 그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
샌프란시스코(미국)=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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