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SW) 분야의 불공정 계약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기준’을 마련했지만 발주기관의 부당한 운용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프로젝트를 발주한 이른바 ‘갑’의 위치에서 부당하게 입찰 대금을 줄이고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회장 최헌규)가 협회 회원사 5000곳을 대상으로 공공기관의 SW사업 관련 ‘협상에 의한 계약 체결 기준’ 부당 운용 사례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가 부당한 사례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협회는 “실태조사 차원에서 조사해 본 결과 부당 운용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수주 업체는 통상 정상 프로젝트 가격의 5∼10% 금액을 손해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발주기관 무리한 요구 여전=중앙부처가 발주한 A프로젝트는 우선협상자의 제안 가격이 예가 범위에 있었지만 발주기관은 임의로 정한 금액까지 가격 재투찰을 요구, 결국 4회의 추가 투찰이 벌어졌다. 또 기술 협상 시 추가 요구사항에 대해 계약액을 증액하지 않았다.
지자체가 발주한 B사업에서 발주 측은 우선협상자에게 제안 내용을 모두 수행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순위 업체의 제안 사항까지 가격 조정없이 수행토록 주문했다.
정부투자기관이 발주한 C사업에서는 HW 물품 구매와 SW 개발 용역이 동시에 진행되는 SI 사업에서 최저가 투찰자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지자체가 발주한 D프로젝트는 기술·가격 협상 완료 후 추가로 경리부서의 감액률을 근거로 약 5% 추가 감액을 요구했다.
중앙부처가 발주한 F사업은 제안요청서에 별도의 언급이 없었으나 협상 시 사업자가 감리비를 부담토록 했다.
◇제도 취지 무색=당초 이 같은 제도를 마련한 것은 SW와 같은 지식기반 사업은 예산 절감보다는 기술성을 인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최저가 입찰 방식이 아닌 기술과 가격비율은 8대 2로 평가토록 하고 국가계약법과 재경부 회계예규 등에 이를 명시했다.
하지만 발주기관은 당초 취지와 상이하게 제도를 운용하고 대부분의 사업자는 피해를 떠안고 계약을 하는 실정이다.
업체 관계자는 “제도가 커버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상당 부분은 소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개선되지 않은 채 계약 시 적용된다”며 “발주처가 공공기관이다 보니 업체들은 마땅히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말했다.
정통부 조사에서도 기술 협상 시 제안요청서와 달리 새로운 업무를 추가 요구 반영하는 경우(21.7%) 사후 부담 우려 등으로 가격 협상 시 반영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SW사업에서 협상에 의한 계약 방식을 적용하는 사업 비율도 63.3%에 불과했다.
◇부당 운용 자제해 달라=SW협회는 △협상 시 후순위 업체 가격을 근거로 부당한 가격 감액 △기술 협상 시 가격 조정 없이 후순위 업체 제안 항목 수행 요구 △SI 사업에서 협상 기준 미적용 △가격 협상 시 부당 감액 요구 △가격 협상 시 추가 부담 요구의 5개 분야를 대표적인 부당 사례로 꼽았다.
협회는 재경부를 비롯한 1000개 공공기관에 사례를 담은 공문을 발송, 이 같은 계약 관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이 같은 계약 관행이 공공부문 SW 사업 수익성 악화, 기업 경영 악화, 기술 개발 투자 저하, SW 품질 저하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정통부는 올해 협상에 의한 계약 기준을 개정, 예정 가격을 산정하는 경우 제안서 접수 전에 예가 산정을 완료토록 하고 기술 협상 시 업무를 추가할 때는 가격 상승분을 반영토록 할 방침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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