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정책의 근간을 이뤄온 ‘프랜차이즈(지역독점권 인정)’ 시스템이 이달 공정거래위원회의 심판대에 오른다. 프랜차이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대다수 국가의 케이블TV 정책을 이어가는 기조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지역 독점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고 본다. 미디어 시장을 흔들 ‘잠재적 지뢰’인 프랜차이즈 시스템에 대한 논란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독점이라는 게 소비자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꼭 분석해 봐야만 아나요?”
공정거래위원위 관계자의 말이다. 공정위는 케이블TV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가져다 줄 소비자 피해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갈 태세다.
지난 4월 발표한 ‘국내 케이블TV 시장 경제 분석 자료’(2004년 6월 기준)에서도 공정위는 케이블TV가 독점인 구역이 경쟁 구역보다 월 수신료가 855원(15%)가량 더 비싸다고 주장했다. ‘독점의 폐해’가 구체적으로 확인된 증거로 제시했다. 공정위가 빼어든 칼은 앞으로 경쟁 지역의 SO 간 인수합병을 막는 ‘기업결합 불허’다.
정부는 지난 95년 케이블TV 도입 때 전국을 77개 권역으로 나눠서 1개 사업자(SO)씩 지정해 줬다. 이른바 ‘1권역 1사업자 허가’라는 프랜차이즈(지역 독점) 정책이다. 이 정책은 △케이블TV 초기 진입 비용 부담(장치 산업의 특성) △초기 경쟁 과열 방지 및 산업 경쟁력 강화 △지역 언론 매체 기능 수행 등이 목적이다.
그러나 SO는 기존에 존재했던 중계유선(RO)과의 경쟁으로 사활이 걸렸다. RO는 자생적으로 생겨난 방송 사업자로, 난시청 지역 가구에 소수의 방송 채널을 보내던 사업자다. RO와의 경쟁으로 SO가 지지부진하자, 방송위원회는 지난 2000년 RO의 SO 전환 정책으로 케이블TV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이때 절반 이상이 경쟁 지역으로 바뀌었다. 반면 정책은 성공해 SO 가입자는 1400만 가구까지 육박했다.
성장한 SO들은 2003년부터 인수합병에 뛰어들며 경쟁 지역을 속속 독점 지역으로 전환해 갔다. 현재 77개 구역 중 경쟁 지역은 17개로 줄었다. 방송위는 프랜차이즈 정책이 그간 산전수전을 겪으며 이제 비로소 정착 단계로 들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때 공정위가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소비자가 지역 독점의 폐해를 떠안는다는 지적이다. 그간 방송위의 프랜차이즈 정책을 감안해 SO 간 인수합병으로 경쟁 지역이 줄어드는 것을 지켜보기만 했지만 이제부터는 ‘따져 봐야겠다’는 것이다.
오버빌드란 동일 지역 내에 2개 이상 사업자가 존재토록 하는 시스템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접수된 ‘HCN과 대구중앙케이블TV북부방송’ 간 기업결합의 최종 판결을 이달 내린다. 공정위가 이번에 불허 결정을 내릴 경우 향후 17개 지역의 경쟁 체제는 유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HCN을 계기로 방송 정책 전반에 대해 검토해서 바람직한 방송 정책 방향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MSO 관계자는 “어떤 나라에서도 오버빌드 정책이 성공한 사례가 없다”며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도 오버빌드 정책을 추진했으나 실제 시장에선 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 사례 운운 하는데 외국 소비자가 (프랜차이즈에) 동의했다고 우리 소비자도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방송위 관계자는 “케이블TV 수신료는 경쟁 지역이 더 비싼 사례도 있는 등 독점이냐 경쟁 지역이냐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있다”며 “디지털 전환 문제, SO와 PP 간 수신료 문제 등 방송 시장의 수많은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정위 측은 이에 대해 “우리가 방송 정책을 몰라서 그런다는 말은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공정위는 이달 HCN의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발표한다. 공정위 사무처가 작성하는 심사보고서는 불허에 가까운 게 사실. 그러나 최종 결정은 공정위 전원회의가 내린다. 전원회의는 프랜차이즈와 오버빌드 간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원회의가 오버빌드 결정을 내리면 국내 케이블TV 시장에는 일대 혼란이 일 전망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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