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뱅이’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많은 사람이 맥주 한 잔에 어울리는 안주를 떠올렸겠지만 이제 대부분은 인터넷의 대표주자인 e메일 주소 중간에 터줏대감처럼 자리잡고 있는 ‘at(@)’을 먼저 생각할 것이다.
독일에서는 ‘원숭이 꼬리’, 헝가리의 ‘지렁이’, 중국 사람들은 ‘작은 쥐’라고 부르는 이 마크를 우리나라에서는 왜 골뱅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하는 단어가 됐다.
이러한 골뱅이가 이제 날개를 달게 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추진하고 있는 휴대인터넷 기술인 와이브로가 본격적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빠른 속도로 이동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돼 우리 생활은 보다 편리해지고 삶의 수준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게 마련, 와이브로 도입은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가져올지도 모른다. 시간과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더욱 은밀하게 인터넷 이용이 가능해지면서 무분별한 저급 콘텐츠 유통, 인터넷 중독, 정보 소외계층 확산 등 정보사회의 역기능에도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정보화가 진전되면서 ‘웹(web)’과 ‘전염병(epidemic)’을 합성한 ‘웨비데믹(webidemic)’이라는 말이 생겨날 만큼 수많은 음란물이 전염병처럼 온라인에서 퍼지고 있다. 정부가 여러 제도와 정책을 도입했으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음란·폭력물 등 청소년 유해정보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게임 및 온라인도박 중독 역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모바일 게임으로 인한 휴대폰 요금이 300만원이 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 하면, 게임아이템을 얻기 위해 강도·사기 등의 범죄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외국 언론사는 우리나라에서 한 해 7명이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죽고 청소년 75만명이 게임에 중독돼 있다고 전하면서 마약 중독에는 강력한 정부가 왜 게임 중독에는 그토록 무관심한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정보 소외(디지털 디바이드)도 최근 대두된 사회문제다. 대다수 정보 소외계층은 노인과 장애인, 저소득 계층으로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다. 이들은 지식과 정보의 이용권리 제약으로 인해 직업선택과 사회활동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빈부 격차와 문화적 단절이 심화돼 궁극적으로 사회통합의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밖에도 우리 사회가 인터넷 발달로 겪고 있는 부작용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와이브로가 상용화되면 이러한 문제점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어져 인터넷 접속이 더욱 편리해지기 때문에 청소년이 유해 콘텐츠 유혹에 훨씬 쉽게 빠질 수 있게 된다. 또 새로운 단말기가 출시되면 기존 정보 소외계층과의 괴리감도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새로운 환경변화에 따라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회 전체가 인식할 수 있도록 캠페인을 펼치는 등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히 요구된다. 기업도 새로운 기술 서비스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이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한 해결안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대처하지’라고 생각하면 이미 늦게 된다.
건강한 사이버 문화는 선진 IT코리아를 향한 우리 모두의 과제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앞두고 ‘인터넷’이 아닌, 사람과 사회를 살찌우는 정보화의 긍정적 기능을 꾀하면서 역기능을 상쇄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유병창 포스데이타 사장 bcyoo50@posdat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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