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기기 업그레이드 주기가 빨라지고 있다.
하드디스크(HDD)는 지난 2005년 초까지만 해도 40GB 정도 용량을 높이는 데 걸리는 기간이 평균 6개월에서 하반기를 기점으로 평균 3개월로 줄었다. 메모리카드도 512MB에서 1GB로 넘어가는 데 1년 정도 걸렸으나, 2GB는 6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픽카드 역시 인기 모델 지속 기간이 1년에서 3개월로 대폭 감소했다.
◇인기 모델 수명은 3개월=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를 기점으로 PC 주변기기 인기 모델의 수명은 평년의 절반 수준인 3개월로 줄어들었다.
CPU는 지난해 봄 펜티엄4 630이 대세였지만 여름을 거치면서 펜티엄D 805로 넘어갔고, 겨울엔 펜티엄D 820·830이 주력이 됐다.
메모리카드도 마찬가지. 기존 512MB 시장이 형성되는 데 평균 1년 이상 걸렸지만 지난해 말 1GB가 1.5GB로 넘어가는 데는 3개월이 걸렸을 뿐이다. 올해 들어선 2GB 메모리카드 가격이 7만원 수준으로 급락해 이를 탑재한 PMP 등 모바일 제품 수요도 탄력을 받고 있다.
그래픽카드의 인기 모델 수명 단축은 심각한 수준이다. 연관 산업인 게임 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인기 모델 교체 주기도 평균 3개월로 짧아졌다. ATI9550·지포스6600 등 과거 인기 모델이 평균 1년 이상을 ‘롱런’했던 것에 비하면 초단타 수준.
업계 관계자는 “가격이 주 단위로 변해 인기 모델 등락도 급격한 편”이라며 “그래픽 칩세트가 바뀌는 변화는 더디지만 메모리가 업그레이드되는 시기는 평소의 절반가량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비수기가 업그레이드 주도=전문가들은 아이러니컬하게도 경기 침체가 제품 업그레이드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가격 인하가 집중되는 겨울을 기점으로 인기 모델이 교체돼 1년 이상 갔지만, 최근 비수기와 성수기 차이가 없을 정도로 경기가 나빠져 한 분기에도 몇 차례씩 가격 인하가 단행되고 있기 때문. 가격 인하가 인기 모델 교체와 업그레이드로 이어지는 것은 설명할 필요도 없다.
실제 인텔·AMD 등 CPU 업체들은 지난 4월 한 달 새 두 번이나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제이씨현 측은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일정 매출을 확보하기 위해 한 달에 몇 차례 정도 가격을 내린다”며 “고가 제품 가격이 인하되면서 자연스럽게 인기 모델도 교체된다”고 말했다.
비수기로 인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신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진 것도 업그레이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신제품 출시 시기가 절반가량으로 줄고 제품 교체 주기도 이에 비례하고 있다.
◇문제점은 없나=지금까지 주변기기 업그레이드는 소비자가 주도했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업그레이드 분위기가 사그라지자 제조업체가 가격 인하를 무기로 이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
인텔은 듀얼코어 CPU 확산이 더디자 일부 모델 기준 10만원가량 파격적인 가격 인하를 단행했고, 엔비디아 등 그래픽 칩세트 제조사도 특정 모델을 띄우기 위해 총판에 마케팅 펀드를 집중 지원하고 있다.
업체가 업그레이드 시기를 조절하면서 기존에 비해 사이클이 짧아졌지만 이런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동원 이엠텍 팀장은 “가격 인하로 업그레이드는 효과는 빠르지만 PC 성능이 포화 상태인만큼 시장에서 어느 정도 호응해 줄지가 관건”이라며 “오히려 추가 인하를 바라보는 잠정 대기 수요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정훈기자@전자신문, existen@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