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부품·소재 중핵기업을 위한 제안

 최근 부품소재 중핵기업 육성에 관한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부품소재 중핵기업 300개 창출을 위한 세 가지 전략과 9개 정책과제를 발표했다. 부품소재기업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세계에서 경쟁할 수 있는 덩치나 능력을 갖춘 업체를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소싱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부합하려면 전략적 기술개발을 주도할 수 있고 세계적으로 기술선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정 규모의 업체가 육성돼야 한다. 또 이러한 정부의 정책의도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육성 대상이 되는 기업이 성장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부품소재산업은 미국과는 달리 반도체·휴대폰·자동차·조선 등과 관련한 자본집약적 성격이 강하다. 연구개발에서 양산까지 대량의 자금이 적기에 공급돼야 한다. 임계규모까지 수익성의 한계가 존재한다. 기업공개(IPO)까지 걸리는 시간도 10년으로 IT업종의 배나 된다. 타 산업에 비해 수익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결국 부품소재 중핵기업 육성의 관건은 기업 성장에 따른 추가적 자금조달이 적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지 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핵기업 후보의 2차적 성장을 위한 효율적 지원수단은 무엇일까. 중핵기업 육성 전용 모태펀드의 설정이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투자펀드가 존재한다. 그러나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펀드의 조성과 지원이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투자 규모도 작고 금융기법도 매우 제한적이다.

 중핵기업 후보기업이 2차 성장을 위해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창업단계의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다. 대략 창업단계나 1차 기술개발단계에서 10억∼2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면, 2차 단계에서는 적어도 5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이 보통이다. 또 이제부터는 기술개발 측면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세계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게 된다.

 그러나 중핵기업 육성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중핵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매출규모가 몇백억원이나 되는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자본적 투자를 해줄 기관도 시장도 없는 상태에서 기술혁신이 좀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분야에 자금이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을 더욱 중요한 정책과제로 본다.

 이러한 중핵기업 육성 모태펀드가 설정되면 대략 다음 방식으로 박차를 가할 수 있다. 모태펀드니만큼 펀드 설정금액의 두세 배에 달하는 자펀드 결성이 이루어질 것이다. 3000억원의 모태펀드가 설정되면 분야별로 1조원가량의 자펀드가 설정돼 중핵기업 육성투자에 나설 것이다.

 투자는 개발기술 양산을 위한 것일 수도 있고 원천기술을 접목하거나 상용화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또 소재나 단위·모듈 부품 생산기업 간의 인수합병(M&A)을 위한 구주의 인수·매각도 될 수 있다.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아웃소싱하려는 투자도 될 수 있고 수요기업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한 투자도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장과 비상장 또는 기업의 규모나 업력 그리고 금융기법에 제한을 두는 방식으로는 중핵기업 육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이 성장하는 데 필요한 전략이면 다양한 금융기법으로 풀어낼 수 있는 자금이 공급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특별한 관심과 배려로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해 왔다. 특히 시장친화적 방식이라는 정책으로 기술개발에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시장에 민간투자금을 끌어들여 300여개의 부품소재기업이 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게 했으며 이들의 경영성과도 매우 뛰어나다. 이러한 성과가 미완성에 그치지 않으려면 새로운 차원의 정책개발이 시급하다.

◇신용웅 한국부품소재투자기관협의회 회장 hbic@hanbitv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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