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코어시스템]컴퓨팅 시스템 업계 `멀티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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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달 개막을 앞두고 온 세상이 월드컵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최고의 스타 선수는 포지션에 관계 없이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였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멀티 플레이어는 축구 선수에만 해당 되는 말이 아니다. 컴퓨팅 시스템 업계도 ‘멀티’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지난 2000년 초 시범적으로 서버에 도입한 듀얼코어는 데스크톱PC·노트북PC 등 개인용 컴퓨터로 빠르게 확산중이다. 듀얼에 이어 최근에는 쿼드·멀티 코어까지 속속 상용화에 성공하고 있다. 멀티 코어는 과거 펜티엄 칩과 맞먹는 보급속도로 컴퓨팅 업계의 기술 진보를 주도하고 있다.

 ‘코어(core)’는 시스템 전체를 제어하는 CPU의 두뇌. 듀얼 코어는 말 그대로 CPU 안에 두 개의 코어가 탑재된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듀얼코어는 ‘머리가 둘 달린 CPU’로 불린다. 마찬가지로 쿼드는 4개, 멀티는 그 이상의 코어를 탑재하고 있다. 코어 수에 비례해 그만큼 CPU의 처리능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멀티 코어는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멀티태스킹에서 그 능력을 유감 없이 발휘한다. 인터넷에 접속해 두 시간짜리 영화 파일을 내려받으면서 동시에 MP3 파일을 재생하고 인터넷 쇼핑·온라인게임을 즐겨도 무리가 없다. 박성민 인텔코리아 이사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개인용 컴퓨터 CPU는 싱글 코어 제품이었다”며 “듀얼코어 등장은 여러 개의 코어를 장착, 컴퓨팅 성능을 크게 높여 멀티코어 시대 개막을 알리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싱글에서 듀얼·멀티로 코어가 많아지는 것은 프로세서(CPU) 성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CPU 성능은 연산 처리 속도인데 구조상 무한정 속도를 올릴 수 없다. 성능은 동작 주파수 증가를 의미하며 이는 엄청난 열을 수반한다. 마치 인간의 맥박이 빨라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맥박이 허용치 이상 급등하면 건강에 큰 위험이 따를 수도 있듯이 CPU 주파수도 한계가 있다. 여기서 출현한 개념이 바로 멀티코어다. 예를 들어 듀얼코어는 두 단계 정도 주파수를 낮추는 대신에 코어당 능력을 분산해 싱글코어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자는 것. 더 똑똑한 두뇌를 가진 CPU를 만들기 어렵다면 CPU의 두뇌 수를 늘려 성능을 올리자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프로세서 코어의 다중화는 이미 컴퓨팅 시스템의 대세로 굳어졌다.

 인텔은 내년 말이면 데스크톱PC·노트북PC의 70% 이상이 듀얼코어 제품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조사 업체도 가트너도 “듀얼코어는 386 출현 이래 성능 면에서 가장 큰 진보”라며 “2007년쯤 서버 프로세서의 85%와 모바일과 데스크톱PC용 펜티엄 제품군 70% 이상이 듀얼코어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업체도 빠르게 멀티 플랫폼 기반으로 라인 업을 정비하고 있다.

 이 시장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업체는 인텔과 AMD. 인텔은 이미 듀얼코어 64비트 PC와 서버 플랫폼에 이어 기술 로드 맵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멀티코어 플랫폼 시대’를 선언했다. 인텔은 지난 해 노트북PC용 65나노 CPU ‘요나’(코드명), 데스크톱PC용 90나노 ‘스미스 필드’, 65나노 멀티 칩 패키지 ‘프레슬러’, 65나노 제온 ‘뎀시’, 90나노 아이테니엄 ‘몬테시토’ 등 최신 듀얼코어 CPU를 잇달아 내놓았다. 올 하반기에도 쿼드코어 기반의 ‘클리버 타운’을 출하한다. 인텔보다 앞서 듀얼 제품을 내놓으면서 재미를 본 AMD도 멀티 플랫폼을 주력으로 인텔을 바짝 뒤쫓고 있다. AMD도 2개 코어에 이어 4·8개 코어가 내장된 칩을 이미 개발한 상태다. 별도의 프로세서 라인 업을 가진 IBM도 이미 몇년 전부터 서버용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판매해왔으며 ARM도 휴대폰용 듀얼코어 칩을 제공하고 있다.

 서버 시스템 분야에서 이미 멀티 제품은 더는 화제가 아니다. 인텔이 듀얼코어 확대에 나서면서 삼성전자·한국HP·한국IBM·델 등도 잇따라 듀얼코어 ‘제온’ 프로세서를 탑재한 서버를 출시하고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노트북PC 시장에서도 듀얼코어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동안 노트북PC는 휴대성과 이동성 문제로 성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올 초 노트북PC용 듀얼코어의 등장은 ‘걸어다니는 데스크톱PC’라는 애칭과 함께 노트북PC 시장의 판도를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 선보인 지 불과 5개월이지만 가격까지 요동치고 있다. 초기 200만원 이상의 고급 제품이 주류였지만 지금은 100만원 초·중반대까지로 내려갔다. 제품도 삼성전자·LG전자·소니· 수스 등 크고 작은 브랜드를 합치면 30종이 넘는다.

 디지털 홈·게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와 맞물려 데스크톱PC에도 멀티코어 제품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업체가 앞다퉈 듀얼코어를 탑재한 데스크톱PC를 선보이고 가격도 다양해졌기 때문. 지난해부터 한국HP를 비롯한 델코리아·LG전자·주연테크 등이 듀얼코어 신제품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를 보급 원년으로 판단하고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멀티 프로세서 시장 장밋빛

‘싱글·듀얼, 쿼드·멀티···’

멀티코어 프로세서 시장의 성장세가 날개를 달았다.

시장 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 보고서에 따르면 하나의 칩에 두 개 이상의 코어를 탑재하는 멀티코어 CPU는 내년부터 서버에서 PC·비디오게임기로 영역을 확대하며서 2015년까지 장밋빛 청사진을 약속하고 있다.

 아이서플라이는 멀티코어 CPU 시장 규모가 올해 1478만개(25억7300만달러)에서 내년 9771만개(132억2000만달러)로 물량 기준으로 6.6배에, 매출은 4.1배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후 2015년 6억3805만개(648억4000만달러)까지 연평균 프로세스 규모로 23.2%, 매출로 19.33%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자신했다. 아이서플라이는 단일코어 클록속도 가속을 통한 성능 향상이 전력 소모량·발열량으로 벽에 부딪치면서 다수의 코어를 비교적 느린 클록 속도로 가동해 소비 전력(와트)당 성능을 향상하는 쪽으로 전략을 선회했기 때문이라고 배경 방법을 설명했다.

 멀티코어 프로세서는 2001년 IBM이 서버용 듀얼코어 첫 제품을 내놓은 이래 서버 영역에서 인텔·AMD·IBM·선 등이, PC영역에서 인텔·AMD·IBM이 제품을 내놓은 상황이다. 여기에 비디오게임기 영역에서 MS가 IBM 3 코어 파워PC CPU를 탑재한 ‘X박스 360’을 출시한 데 이어, 소니 ‘플레이 스테이션3’, 닌텐도 ‘레볼루션’ 등 차세대 제품군이 모두 IBM 멀티코어 CPU를 탑재할 예정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