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아이온 쇼크…MMORPG 시장 흔들

엔씨소프트가 지난 몇 년 동안 극도의 보안속에서 진행해온 MMORPG 야심작 ‘아이온’이 마침내 E3 2006에서 전격 공개됐다. ‘새로운 시대의 MMORPG’를 표방하는 ‘아이온’은 NPC로 구성된 ‘종족’ 등 각종 신기술을 선보여 E3 행사장을 찾은 국내외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했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리니지’-‘리니지2’에 이은 엔씨소프트의 차기작 ‘아이온’의 공개로 세계 MMORPG시장에 다시한번 변화의 바람이 일어날 전망이다. 게임업계의 관심은 온통 ‘아이온’으로 집중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의 비밀병기 ‘아이온’이 지난 5월 10일 미국 컨벤션 센터에서 그 모습을 드러냈다. ‘리니지’로 ‘게임과 인터넷의 결합’을 제시했고 ‘리니지2’로 ‘영화같은 게임’에 대한 이정표를 세웠던 엔씨소프트가 ,‘영화 이상의 게임’을 모토로한 ‘아이온’을 선보인 것이다. ‘아이온’은 과연 어떤 게임이고, 세계 온라인게임 시장에 어떤 변화를 몰고올까.

# ‘리니지’ 후계자 탄생

‘아이온’은 엔씨소프트가 ‘리니지’로 발판을 마련하고 저변 확대에 성공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다시 한단계 점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작품이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 직접 “‘리니지’를 잇는 새로운 메가 브랜드”라고 말할 정도로 이 게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아이온’은 ‘리니지’ 시리즈의 계보를 잇지만, 정통적인 MMORPG와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천계와 마계, 용계 등 3가지 종족의 갈등이 기본 구조로 짜여져 있으며 유저는 천계와 마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유저의 행동은 작품의 월드를 변화시킬 수 있는데, 달라진 세계는 캐릭터에게 다시 영향을 주는 등 게임환경과 실제 플레이가 현실처럼 깊은 관계를 지닌다. 캐릭터 신체의 각 부분은 별도로 인식돼 유저의 조작에 따라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으며 개인마다 하늘을 나를 수 있고, 레벨업을 배제하는 등 여러가지 새로운 시스템이 구현됐다.

놀라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저는 타 종족을 선택한 유저뿐만 아니라 NPC들로 구성될 용계와도 경쟁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 유저간의 대립에만 무게 중심을 두고 공성전 시스템으로 장식했던 과거의 MMORPG와 차원이 다르다. 엔씨소프트의 전략은 PVP와 PVE(유저와 환경)를 결합한 ‘PVPVE’로 PVP와 PVE 각 시스템이 가졌던 단점을 보완, 새로운 형태의 MMORPG 문화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 새로운 게임시대 연다

‘아이온’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장주형 개발팀장은 “이러한 부분들은 지금까지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MMORPG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로 한 단계 발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필드 표현력이 가장 뛰어난 ‘크라이텍’ 엔진을 사용했기 때문에 PS3와 X박스360에 버금가는 최상의 그래픽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엔씨소프트는 ‘아이온’으로 글로벌 시장에 결정타를 날린다는 계산이다. 초기 기획부터 세계 시장을 조준했고 서비스도 전세계 동시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 정동순 엔씨 사업이사는 “이번 작품은 엔씨소프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의미가 강하고 실제 게임 플레이도 그렇다”며 “마케팅 전략을 색다른 관점에서 접근하어 세계 온라인게임 관계자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택진 사장도 “‘리니지2’ 이후로 4년이나 지나 늦은 감이 있지만 개발 스케줄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며 “그러나 이제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해 매년 대작 MMORPG를 공개할 수 있게 됐고 ‘아이온’은 그 첫번째 작품이기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또 “국내외 온라인게임들의 리더 역할을 충분히 하리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아이온’을 직접 살펴본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아시아에서는 당연히 성공할 것이고, 북미 시장 등 서구 유저와 개발자들의 궁금증도 풀렸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업계 체질변화 주도

엔씨소프트는 이 작품과 더불어 웹 2.0 기반의 ‘게임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어 ‘아이온 충격파’는 장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은 게임뿐만 아니라 서비스도 기존과 완전히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일부 개발사들에게 적지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MMORPG는 특히 개발 기간을 최소로 잡아도 2∼3년은 걸리기 때문에 당장 묘안을 고려해도 내후년에나 구현돼 발빠른 행보가 불가피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온’은 ‘과연 엔씨소프트’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훌륭했고 공개가 된 이상 이를 무시하고 틀에 박힌 MMORPG를 개발하는 것은 자살 행위일 것”이라며 “그렇다고 당장 행동을 취하진 어렵겠지만 그냥 넘어갈 수도 없어 경쟁사들이 한동안 머리가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리더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으나 이 하나의 작품으로 시각을 바꿔 놓았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드러나지 않은 게임 플랫폼과 더불어 앞으로 업계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WOW’의 등장과 시장 포화로 새로운 탈출구가 절실한 국내 게임산업에 ‘아이온’이 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모을 지 앞으로의 그 행보가 주목된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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