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지상파, `공청망` 타협점 찾을까

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방송사(SO·종합유선방송사) 간 공시청망(MATV) 논쟁이 뜨거운 가운데 양측 간 타협점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회장 오지철)는 11일 ‘지상파방송사들이 공청망 실태 조사 등을 통해 케이블TV 방송사가 공청망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KBS·MBC·SBS·EBS 지상파방송 4사가 참여하는 무료디지털TV활성화추진위(무디추)에선 이른바 ‘훼손된 공청망 복구’ 시범사업에 나서는 등 양측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두 매체는 그러나 ‘디지털TV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동주택의 분리배선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어 공청망이라는 뜨거운 감자가 오히려 상호 협력 모색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청망이란=MA(마스터안테나)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지상파의 난시청 해소를 위해 건축법상 의무화된 시설로써 시설완비와 운용에 대한 책임은 건물 소유주가 맡게 돼 있다. 이와는 별도의 케이블망(구내전송선로설비)은 다채널 유료방송망으로, 건축주가 시청자의 방송선택권 보장을 위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공청망과 케이블망은 분리 배선이 원칙.

◇논쟁의 배경=문제는 지난 2004년 말 이전 대부분 공동주택에서 분리 배선 원칙이 잘지켜지지 않은 데 있다. 아파트 측에서 SO와 단체 계약을 통해 전 가구에 저가의 케이블TV 상품을 제공했던 것. 지상파는 이같은 환경 속에서 SO가 공청망을 통해 케이블TV를 제공하며 시청자의 무료 시청권을 훼손시켰다는 주장이다. 반면 SO들은 계약을 통해 진입했고 실제 난시청을 해소하며 요금도 월 2000원 이하로 받아 공청망 유지 보수비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항변했다.

최근 SO가 케이블TV 요금 정상화를 기치로 기존 아파트의 2000∼4000원대 요금을 7000∼1만원으로 전환하면서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공청망 복구’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공존 가능성=두 매체는 그러나 서로가 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중이다. KBS 관계자는 “아파트 입주민들과 SO가 계약을 맺어 공청망에서 케이블TV를 내보낸 것도 법적으론 엄밀하게 문제가 되지만 이를 문제삼지는 않는다”며 “다만 합의가 없었다면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방송협회 측도 “계약 없이 임의로 공청망을 사용하는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은 고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무디추에서도 이른바 ‘공청망 복구’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대상 아파트 선정에서 불필요한 SO자극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디지털TV 활성화에선 이미 동지=두 매체가 디지털TV 활성화란 대명제에선 본질적으로 같은 진영인 점이 주목된다.

KBS 관계자는 “아파트 등에서 현재 월 4000원으로 케이블TV를 보는 시청자가 갑자기 1만5000원이 넘는 SO의 디지털상품에 가입해 전환하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냐”며 “SO의 DTV 전환에 따라가지 않는 시청자들이 무료로 지상파의 DTV를 볼 수 있게 해야 디지털TV 전환이 종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MSO 한 관계자는 “모든 시청자가 1만∼2만원을 넘는 유료방송 가입자가 될 수는 없다”며 “저가이거나 무료시청을 원하는 가입자들도 TV시청이 가능해야, SO의 DTV 가입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체 간 갈등을 자사 이기주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런 구조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두 매체 모두 성공적인 디지털TV 전환을 바라는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