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지수가 1년 만에 9단계나 추락해 61개국 중 38위에 그쳤다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발표는 충격적이다. 연간 국민총생산(GDP) 2만달러의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겠다는 꿈이 점점 불안해진다. 1인당 GDP 1만달러 이상인 36개국 중에서는 꼴찌나 다름없는 30위고, 아시아·태평양 권역 15개국 가운데에서도 13위다. 21세기는 아시아·태평양 연안 국가들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게 될 것이며 한국이 그 주역의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정부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이번 IMD의 발표내용을 자세히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이 왜 하위권으로 떨어졌는지를 잘 보여준다. 바로 소프트웨어(SW)의 빈곤이다. 특허생산성(2위)·기술인프라(6위)·과학인프라(12위)·광대역통신망 가입자 비율(1위)·광대역통신 비용(2위) 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정도로 우수한 발전인프라를 보유하고서도 국가경쟁력이 38위인 것을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 특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정부를 구축해 놓았는데도 정부행정효율이 1년 사이에 16단계나 떨어진 47위라는 사실은 결과의 신빙성마저 의심케 만든다.
그러나 각 경제주체의 실력을 평가한 항목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정부행정효율은 16단계 급락해 47위, 기업경영효율은 15단계 떨어져 45위다.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인 경제운영성과는 43위다. 세부적으로 기업관련법(51위)·사회적 여건(60위)·가격경직성(56위)·노사관계(61위) 등 ‘기업하기 좋은 제도나 환경을 조성하는 항목’은 어김없이 바닥 수준이다. 또 금융전문가 부족(61위), 감사와 회계의 투명성(58위), 중소기업의 효율성(58위) 등 경제주체의 실력 역시 꼴찌다. 경제주체인 정부와 기업 모두 하루빨리 인식을 전환하고 실력을 배양해 기업하기 좋은 제도및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시점이다.
그동안 정부나 기업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를 가동하고 혁신작업을 펼쳤으며 기업도 전산실을 프로세서혁신(PI)실로 바꾸며 경쟁력제고와 혁신을 도모해왔다. 문제는 거창한 구호나 명칭변경·조직창설로만 저절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혁신은 인식과 제도·환경을 자연스럽게 전환시킬 수 있는 고리 없이는 겉돌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번 IMD 조사결과는 각 주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고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그 고리는 다름아닌 SW산업이다. SW는 정보화시대의 총아인 지식산업인 동시에 모든 경제주체를 혁신시키는 인프라다. SW에는 각 주체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업무를 혁신시키는 지식과 방법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으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우수한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해 놓고도 경쟁력에서 뒤처지는 이유는 SW산업이 허약하기 때문이다.
때마침 정부도 ‘이제는 소프트웨어’라는 인식 아래 SW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식산업인 SW 특성을 고려해 ‘지식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해주고, 하도급 업체가 대기업 횡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거나 개선하고 있다. 대통령도 “소프트웨어산업에 국가의 명운이 달렸다”며 이를 독려하고 있다. 국가경쟁력이 뒷걸음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SW 육성 전략은 정말 시의적절하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기술개발과 판로 확보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다. SW산업은 혁신을 주도하는 경영컨설팅산업과 병행돼야 발전이 가능하다. 미국이 경영컨설팅 산업과 SW산업을 양수겸장하며 세계를 호령하듯 혁신전도사로 불리는 경영컨설팅 산업도 함께 육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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