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제자, 스승에게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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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사회 각계 분야에서 뼈를 깎는 노력과 남다른 열정을 발휘해 대가의 반열에 오른 스승과 그 제자들이 나눈 삶의 지혜의 대담을 모았다.

 무릇 스승과 제자가 만나 오늘날 사회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관해 차분하면서도 치열하게 문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인도의 고대 철학서인 ‘우파니샤드’를 연상시킨다. ‘우파니샤드’는 ‘스승과 제자가 가까이 앉아 전수하는 신비한 가르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스승과 제자가 자기 세대를 대표해 진지하게 묻고 답함으로써 삶의 길을 찾는 과정을 그린 이 대담집은 21세기 한국적 우파니샤드의 한 모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책은 학계, 문화·예술계, 경제계, 종교계를 망라해 24인의 스승과 그 제자가 학문과 예술을 비롯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를 화두로 삼아 주고받은 깊이 있는 대화를 담았다. 여기에 실린 글들은 지난 2004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조선일보에 연재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는데 당시 지면 제약으로 생략됐던 부분을 되살리고 일부 원고는 신문에 실린 것을 보완한 덕에 내용 면에서 더욱 튼실해졌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쌓고 일가를 이룬 원로들이 평생의 경험을 담아 털어놓은 육성이 온전히 살아서 읽힌다.

 IT업계의 스승과 제자로는 이헌조 LG전자 고문과 김성우 한국퀄컴 사장이 등장해 기업의 세계화와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이 고문과 김 사장은 1990년부터 1996년까지 LG전자(옛 금성사)에서 CEO와 임원으로 함께 근무했다. 김 사장은 우리 기업의 향후 세계화 진행 방향을 스승인 이 고문에게 물었다. 이 고문은 우리 기업이 세계시장을 개척하고 세계적 기업과 경쟁하려면 로컬 룰(규칙을 임의로 바꾸는 것)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두 사람은 또 우리 기업들의 기술 혁신에 대해서도 사회와 정부, 기업들의 관심을 주문했고 기초 과학 교육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 밖에 각 분야 스승과 제자는 아이답게 자랄 수 있는 권리를 돌려주자는 ‘어린이 헌장’적 권고,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자신의 잣대를 세우자는 ‘여성 권익 신장’의 조언, 시대와 공감할 수 있어야 예술이 산다는 ‘예술적 진리’에 대한 깨우침 등을 얘기하고 있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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