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3세대 이동통신(WCDMA) 사업자인 일본 NTT도코모가 일찌감치 글로벌화 전략에 나서면서 인접국인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다른 해외 사업자에 강한 자극제가 되고 있다. WCDMA 시장에서는 사업자 간 연합에 따른 ‘블록화’ 경향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고, 특히 직접 경쟁 관계에 맞닥뜨린 국내 업계에서는 당장 한·일 간 합종연횡 시나리오를 점치고 있다.
◇글로벌 로밍 벨트에 촉각=지난달 말 NTT도코모는 아태지역 6개 사업자 KTF(한국), FET(대만), 허치슨에사르(인도), 허치슨(홍콩·마카오), PT인도샛(인도네시아), 스타허브(싱가포르)와 모바일 연합체를 구성했다.
기존 2세대 유럽통화방식(GSM)과 WCDMA 환경에서 음성·데이터 로밍 시장을 함께 활성화하고, 올해 도입되는 3.5세대 이동통신(HSDPA) 서비스도 동시에 가속화하기 위해서다. NTT도코모 측에 따르면 현재 일본 여행객의 해외 방문국 가운데 로밍 가능 지역은 99.9%의 커버리지를 갖추고 있고 이 가운데 WCDMA 로밍 커버리지는 44%로 추산된다. 해외 WCDMA 로밍 커버리지를 내년 이맘 때까지는 55.4%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도코모의 다나카 에이준 글로벌사업 홍보담당은 “WCDMA 글로벌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가입자가 아이모드를 포함해 해외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음성·데이터 로밍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해외에서 미래 부가가치 발굴은 가능성일 뿐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NTT도코모가 적어도 해외에서는 각각 2세대, 3세대 표준이라 할 수 있는 GSM·WCDMA 듀얼모드 전략을 뚜렷하게 구사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분을 출자한 홍콩의 허치슨이 WCDMA 전면 보급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사업자 간 협력 역시 NTT도코모의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지역 벨트화’ 경향이 한층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일 간 합종연횡 시나리오=세계 단일 통화권이 가능한 WCDMA 환경에서 글로벌 로밍 시장의 성장과 사업자 간 활발한 제휴·협력을 예상하기는 우리나라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SK텔레콤의 로밍 매출은 830억원으로 이는 최근 5년간 매년 50% 이상씩 신장한 결과다. 월드컵이 치러지는 올해에는 이용자수 250만명에, 매출 1300억원을 기대하고 있다. KTF도 WCDMA 활성화를 계기로 지난해 120억원의 로밍 매출을 오는 2008년께 500억원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KTF·NTT도코모의 WCDMA 제휴를 계기로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한·일 사업자 간 제휴 가능성은 ‘SK텔레콤-J폰(보다폰)’ ‘LG텔레콤-KDDI’ 등 삼각구도다. 특히 한·일 간 로밍 시장이 가장 큰 상황에서 WCDMA가 활성화하면 SK텔레콤·LG텔레콤 등도 이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록 일본 내 3위 사업자이긴 하지만 J폰은 WCDMA로 기술 방식이 SK텔레콤과 동일하고, KDDI는 2위 사업자로 기존 동기식 CDMA 기술을 진화시키는 모델이어서 LG텔레콤과 손잡기가 용이하다. LG텔레콤이 연말께 장비 구축에 들어갈 EVDO rA 시스템을 KDDI는 앞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어서 이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반기 이후 WCDMA 단말기가 본격 보급되면 글로벌 로밍은 종전과 달리 급속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다만 우리는 오래 전부터 해외 각국 사업자와 일대 일 로밍 계약을 하고 있어 아직 일본 사업자와의 제휴 모델은 생각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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