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공룡 `한국IB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분기별 서버판매 내수와 매출

 한국IBM이 지난 2003년 말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킨 ‘뇌물사태’ 후유증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하드웨어(HW)는 2003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다 올해 1분기 소폭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여전히 크게 악화됐다. HP·EMC 등 분야별 1위 업체와 점유율 격차도 벌어지면서 ‘불안한 2위 자리’를 근근이 지키고 있다.

 최근 사업을 강화한 소프트웨어(SW)와 컨설팅 분야도 국내 실적이 저조하면서 종합 IT서비스 기업이라는 IBM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이 때문에 1조원대에 달하던 매출은 지난 2002년 정점을 찍은 이후 8000억원대로 추락했다. 게다가 ‘구원투수’로 나선 이휘성 사장도 1년이 넘도록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코드 인사·리더십 부재와 관련한 구설수에 오르는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는 평가다.

 ◇HW, 수익성 위기 심각=겉으로 보이는 한국IBM의 HW 판매는 회복세다.

 IDC 자료에 따르면 서버는 지난 2004년 4분기 2653대를 판매한 이후 2005년 2분기 3100대,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05년 4분기에는 5900대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를 금액별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04년 4분기 서버 판매액 1007억원에 이어 2005년 2분기 800억원,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2005년 4분기에는 1005억원 수준이었다. 지난 2004년과 2005년을 비교할 때 판매대수 면에서는 무려 두배 이상 많아졌지만 정작 매출은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IBM이 여전히 시장점유율을 만회하기 위해 ‘밀어내기’를 한다는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

 1위인 HP와의 점유율 차이도 하이엔드 분야만 약간 앞서 있을 뿐 볼륨과 미드레인지 분야는 무려 20% 이상 뒤지고 있다.

 스토리지 사업도 대폭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 브랜드’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05년 기준으로 11%대로 1위인 한국EMC(33.9%)와 20%포인트, 경쟁업체인 한국HP(20.1%)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상태다.

 ◇컨설팅·SW 사업도 지지부진=IBM 본사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는 컨설팅과 SW분야도 국내에서는 별다른 사업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컨설팅은 PwC 인수합병이 끝난 지 3년이 지나가지만 오히려 인수 당시보다 매출과 인지도가 추락해 뚜렷한 사업 시너지가 나오지 않고 있다.

 대대적인 고객 행사를 진행하지만 여전히 시장에서 IBM 브랜드는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실제 HP·CA·BMC 등은 지난해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IT서비스관리(ITSM)·ITIL 분야의 컨설팅과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상당수의 고객사를 확보했다.

 반면에 한국IBM은 기존 고객사를 상대로 3억∼5억원 규모의 무료 컨설팅에 만족하고 있다. 고작 국민은행 일부 시스템에 SOA를 적용한 것이 전부다. 한국오라클을 겨냥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은 한국IBM이 전사 차원에서 ‘윈백 마케팅’을 벌였지만, 오히려 한국오라클 역공에 휘말려 시장 격차가 더 벌어졌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미들웨어 분야도 마찬가지. 티맥스소프트 등 토종업체에 밀리면서 국내 순위 3위로 시장에서 거의 명맥만 유지해 IBM의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일부에서는 제품 경쟁력과 로드맵 등 근본적인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불안한 ‘이휘성 체제’=이 때문에 한국IBM 전체 매출은 IBM 사태 직전인 지난 2002년 9700억원으로 1조원을 코앞에 두었지만 2003년 이후 8000억원대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4년과 2005년 모두 8800억원대에 그쳤다.

 매출은 제자리지만 HW 판매대수가 늘고 SW 등 신규 사업을 감안하면 오히려 경영 상태가 그만큼 악화된 셈이다.

 이에 따라 이휘성 사장의 위치도 위협받고 있다. IBM 사태 수습의 ‘소방수’로 나선 이 사장은 취임 후 투명 경영을 모토로 대대적인 조직과 인사 혁신을 취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노하우를 가진 IBM의 인재가 대거 방출되고 잦은 인사로 조직이 안정화되지 못하는 등 불안한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주변의 분석이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