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SW) 프로젝트 발주 시 예산 산정 기준이 되는 SW사업대가 기준 인상률을 10.5%로 확정한 것은 우리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다. 기준 인상률을 두 자릿수로 정한 것은 그간 매년 7% 선이었던 데 비하면 매우 높은 것으로, 정부의 SW산업 육성 실천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SW사업대가 기준 인상률은 보통 SW사업원가와 임금 상승률 등 여러 가지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된 객관적 데이터를 고려해 정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같은 기본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지난해 시행된 30개 SW 프로젝트에 대한 원가조사 결과 등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한다. 정부가 예산 절감을 이유로 SW사업대가를 내리지 않고 오히려 제값을 받을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어 기대된다.
더욱이 정보통신부가 산출 근거를 그 나름대로 정확하게 밝혀 적용기관의 공감대를 얻으려고 노력한 것이나 예산 책정부처와도 협의를 마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바로 시행에 들어가도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SW사업대가 기준 인상률은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일 뿐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SW개발비 단가 산정 기준이 지난 2004년부터 국제표준인 기능점수 방식으로 바뀌었지만 산정방법이 어려워 발주기관들이 선호하지 않고 있다. 이보다는 종전처럼 코드 라인 수를 기준으로 단가를 책정하는 본수 방식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기능점수 방식을 기준으로 책정된 이번 기준 인상률이 현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특히 공공기관들이 올해 정보화 예산을 작년 기준에 맞추어 이미 다 짜놓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적 의지가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의문이다. 올해 사업 예산을 작년보다 10% 이상 높인다면 큰 폭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데 별 무리가 없지만 그렇지 않은 기관은 예산에 맞게 사업을 축소해야만 가능하다. 아무리 예산당국과 협의했다지만 실행기관으로서 올해 적용하는 데는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당초 정통부가 예산당국과 협의하면서 SW사업대가 기준 인상률 10.5%를 제시하자 예산당국이 1000억원에 달하는 추경예산이 더 필요하다며 난색을 표했던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더 큰 문제는 공공기관들이 이번 기준 인상률을 적용하더라도 발주처로부터 프로젝트 수주를 받는 시스템통합(SI)업체에만 혜택이 주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프로젝트 발주 규모에 따라 대형 SI업체의 입찰이 제한돼 중소 SW업체가 수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는 하다. 또 하드웨어(HW)와 SW를 분리 발주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SI업체가 1차 수주를 받아 중소 SW업체에 하도급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SW사업대가 산정 기준 인상률이 정해지더라도 시장에서는 대기업이 정한 하도급 대가 방식에 따라 적용되는 것이다. 그만큼 중소 SW업체에 기준 인상률은 그림의 떡일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실천하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 또 특정업체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SW사업대가 기준 인상률이 발주처뿐만 아니라 하도급을 주는 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기업들도 여기에 동참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 SW 개발 가치를 인정하고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
정부와 대기업이 IT 제품을 제값 주고 구입하는 관행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SW 개발 단가 산정에서 기능점수 방식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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