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800원대까지 주저앉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엔환율에 민감한 국내 전자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만큼은 유독 움츠러들었던 일본 가전업계가 벌써부터 엔화 약세로 인한 반사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에 대응해 국내 기업들은 정면승부보다는 일본산 장비 구입 및 시설투자 호기로 보고 적극적인 연구개발(R&D)로 차세대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엔화 800원대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가격경쟁력 휘파람 일 가전업계=소니·샤프 등 일본 가전업체들의 공세는 시작됐다. 일본 본사에서 6개월 단위로 환율을 감안해 이르면 다음달부터 가격인하가 러시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오디오 전문업체들은 이미 ‘쾌재’를 부르고 있다. 야마하·마란쓰·소니·파이어니어 등 일본 오디오 전문회사는 이미 매출이 최고 20∼30%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국내에서 AV사업을 본격화한 야마하코리아는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최근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00%나 신장하는 등 고공비행하고 있다. 야마하코리아는 지난해 하반기 8% 정도 가격을 인하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두 번이나 가격을 인하하면서 작년 동기 대비 30% 인하된 가격으로 제품을 팔고 있다.
마란츠코리아도 신제품에 한해 2∼3%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환율 하락을 등에 업고 CD플레이어·AV리시버·하이파이오디오 등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법도 구상중이다. 파이오니아코리아는 현재 카오디오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으나 조만간 홈오디오 부문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엔화 환율 하락 및 경쟁사 가격동향에 맞춰 계속해서 가격을 인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달러와 엔화 약세 이중고에 빠진 FA업계=공장자동화(FA)업계 역시 비상이다. 일본계 기업들이 국내 공급가 인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토종 제어업체인 L사의 관계자는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계 FA업체들이 이르면 다음달 본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며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가격을 내릴 경우 뚜렷한 대응책이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해외투자 나서는 국내업계=국내 기업들은 원화 강세로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지만 시설투자에는 호기라는 판단 아래 속속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S-LCD에 1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하는 등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LG전자 역시 폴란드에 가전공장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에어컨 공장을 신설하는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윤상한 LG전자 부사장은 “올해 평균환율을 950원 수준으로 책정해 사업전략을 운용하고 있다”며, “멕시코·폴란드·중국·한국·러시아의 5대 글로벌 생산기지를 기반으로 주요 권역별 상품기획·연구개발·생산·마케팅·판매·서비스에 이르는 권역별 시스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 달러화 및 엔화 약세에 대응할 수 있는 내성이 길러졌으며 이를 해외 일괄 생산판매체계로 극복, 일본 기업과 경쟁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김상룡·정은아 기자@전자신문, srkim·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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