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리더에게 듣는다]넷앱 성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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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앱 경영진 댄 워먼호벤 CEO(왼쪽)와 톰 멘도자 사장,넷앱 창업자인 데이비드 힛츠와 제임스 라우(현 부사장).

 “전원을 꽂으면 볼 수 있는 TV처럼 네트워크에 물리기만 하면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스토리지가 있으면 좋을 텐데. 어플라이언스(appliance) 형태로 만들면 데이터 저장이 엄청나게 간단해지지 않을까.”

 92년 스토리지 제조업체 오스펙스의 엔지니어이자 단짝 친구였던 제임스 라우와 데이비드 힛츠가 카페에서 만나 냅킨에 끄적거린 이 내용이 네트워크 어플라언스의 시초였다. 어플라이언스는 하나의 업무에 최적화된 기기나 장비를 일컫는 컴퓨터 용어.

 넷앱 이전에는 어플라이언스 개념의 네트워크 스토리지가 없었다. 기껏해야 유닉스 서버의 디스크를 활용하는 식이어서 운용체계에 따라 설정을 따로 해야 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이었다. 넷앱은 회사 이름 그대로 네트워크로 파일을 공유하며 저장할 수 있는 최적화된 기기인 NAS를 만들었고 순식간에 네트워크 스토리지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넷앱 성장사에서 돋보이는 점은 창업자·전문 경영인·투자자 사이의 역할 분담이 마치 ‘황금 분할’과도 같다는 것. 창업자인 제임스 라우와 데이비드 힛츠는 최고경영자 역할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기술 담당 부사장으로 제품 개발에만 몰두해 넷앱을 기술 중심의 회사로 키워냈다. 댄 워먼호벤 CEO와 톰 멘도자 사장은 회사 설립 2년 만인 92년에 합류했다. 벤처 투자가 돈 밸런타인은 2001년 넷앱이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했을 때 신규 시장에 진출하는 데 전폭적이고 아낌없는 지지를 보냈다.

 제임스 라우 창업자는 “시스코 등 투자가인 돈 밸런타인은 넷앱이 시스코와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고 있다고 평가해 줬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고 댄 워먼호벤 CEO는 “제임스 라우 부사장은 기술 판단이 남다르다”고 창업자를 존중했다.

 창업자·전문경영인·투자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협력하기는 쉽지 않은 일. 창업자가 회사를 소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넷앱의 이런 ‘아름다운 동행’은 10년 이상 계속되고 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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