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개발사와 퍼블리셔 적과의 동침

KTH(대표 송영한)와 제이씨엔터테인먼트(대표 김양신)의 재계약 실패가 퍼블리셔와 개발사 관계를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KTH와 제이씨가 ‘윈윈’ 관계였지만 ‘동상이몽’을 꿈꾸면서 재계약 실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앞으로 이같은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퍼블리셔는 개발사를 ‘곰’으로, 개발사는 퍼블리셔를 ‘봉’으로 인식해 왔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되놈이 번다’는 말이 있다.

개발사가 곰으로 둔갑하는 경우다. 이 반대의 사례도 많다. 개발사들이 눈 먼 퍼블리셔 ‘봉’을 잡아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는 얘기다. 이로인해 서로를 불신하고 경계하는 양측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는 이상 ‘윈윈’관계의 지속성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업계는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산업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새로운 협력 모델개발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간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개발사는 돈버는 곰이 아닌 전략적 파트너로, 퍼블리셔는 마케팅의 창구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철저한 분업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대표적인 사례로 네오위즈와 드래곤플라이를 꼽고 있다. FPS게임인 ‘스페셜포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양사는 철저한 밀월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개발사가 우수한 게임을 개발하는데 전념해야 하고 이를 위해 사전에 퍼블리셔가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등 순환적 구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성공할 만한 게임에만 투자하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연륜이 좀더 쌓일 필요가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퍼블리싱이 아직 정착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시행착오를 겪는 단계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이와 관련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순환적 구조와 함께 전문분업화가 이뤄지면 한국형 온라인 퍼블리싱 스탠다드가 만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지금은 퍼블리셔와 개발사간 역할 분담이 안되면서 여러 마찰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고 서로에 대한 인식도 ‘윈윈’으로 접근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많다”며 “상대방을 신뢰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이를 통해 순환적 구조를 만들면 온라인게임 퍼블리싱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캐주얼 농구 온라인게임 ‘프리스타일’은 제이씨엔터테인먼트가 2004년에 첫 선을 보였다. 이 게임은 서비스 초기부터 업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깔끔한 그래픽과 이에 못지 않은 게임성은 그동안 MMORPG 일색이었던 온라인게임 분야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와함께 스포츠가 온라인게임의 대표장르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를 계기로 업계에 스포츠 게임 개발 붐이 일었고 테니스, 축구 등 다양한 스포츠 온라인게임을 탄생시키는데 결정적인 몫을 했다. 전문가들은 “ ‘프리스타일’은 온라인게임이 한단계 도약하는데 큰 역할을 한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온라인게임사에 한 획을 그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프리스타일’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서비스를 담당했던 KTH와 제이씨에도 크게 기여했다. KTH는 포털 ‘파란’을 서비스하면서 킬러 타이틀을 찾던 중 ‘프리스타일’을 만났고 예상대로 ‘프리스타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며 일년사이에 5위권 내에 진입이라는 파란을 일으켰다. 제이씨 역시 자본력이 바닥난 상태서 ‘프리스타일’ 서비스로 재도약의 발판을 다졌다.

 지난해 ‘프리스타일’은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서 이미 상용화를 실시했다는 점과 일본, 필리핀 등 해외 각지에 수출됐기 때문에 이를 계산하면 올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희찬기자 chani7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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