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코리안 드림 꾸는 두 중국용병

 야구 본고장인 미국 메이저리그의 ‘코리안 특급’ 박찬호 ‘핵 잠수함’ 김병현, 축구 종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대 활약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신형 엔진’ 박지성, ‘꾀돌이’ 이영표. 이들은 모두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타국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대한의 건아들이다.

반대로 e스포츠의 종주국 대한민국에는 이들 못지 않게 활약하며 명성을 날렸던 외국인들이 적지않다. 한 때 ‘푸른 눈의 전사’로 통하던 기욤 패트리나, 베르트랑 같은 선수들이다. 그들 모두 e스포츠 종주국에서,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을 상대로 정상급의 기량을 과시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쉽게도 그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그들 못지 않은 실력과 투지를 갖춘 갈색눈의 전사들이 등장, 이번 시즌부터 맹활약이 기대된다 SK텔레콤 T1의 중국계 프로게이머 샤쥔춘과 루오시안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중국 내에서 이미 최고의 프로게이머로 인정받았던 선수들. 그런 그들이 이제 세계 최강이라는 대한민국 ‘스타크래프트’ 선수들을 맞아 한판 승부를 벌일 태세다. 그들은 23살 약관의 나이지만, 힘든 외국생활을 하며 ‘코리안 드림’을 향해 달리고 있다.

 

# e스포츠의 코리안 드림

두 선수가 ‘코리안 드림’을 꾸며 e스포츠 종주국의 땅을 밟은 것은 작년 12월. 작년 8월에 열렸던 CKCG에서 좋은 성적을 내며 SK텔레콤 T1 주훈 감독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 됐다. 어린 나이에 한국행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e스포츠계에선 꿈의 무대로 통하는 한국에서 뛴다는 설레임에 입단 결정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루오시안은 “아마 연봉을 한푼도 받지 못한다해도 한국행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런 한국행에도 부모님들의 반대는 없었다고 한다. 친구들이나 동료 프로게이머들에겐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현재 중국엔 영화나 음악의 뒤를 이어 e스포츠가 인기를 끌면서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샤쥔춘은 “한국은 정부와 매체의 지원이 많고 협회까지 결성되는 등 오프라인 스포츠와 걸멎은 위상을 보이고 있지만, 중국엔 방송채널도 존재하지 않아 중국 선두들에겐 한국이 꿈의 무대로 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뜻밖의 행운을 잡은 만큼, 두 선수는 역경을 딛고 반드시 코리안 드림을 이룰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불태웠다. 이미 그들은 연봉 만으로도 어느정도 코리안 드림을 이루었다. 올해 샤쥔춘의 연봉은 1500만원, 루시오안의 연봉은 700만원. 이는 중국에선 상상도 못할 연봉이다. 그들은 한국에선 특별히 돈 쓸 일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받게될 월급중 10만원 정도만 남기고 모두 중국으로 송금할 생각이다. 샤쥔춘은 “한국에서 번 돈으로 은퇴 후 자국에서 장사를 할 생각”이라며 “열심해 노력해 ‘코리안 드림’을 꼭 이뤄 금의환향 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 한국 좋지만, 그리운 친구들

낯선 이국땅이지만, 그들은 한국생활 적응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아주마, 아자쒸”라는 말을 곧잘할 정도로 오래전부터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진데다 팀 통료들이 각별히 신경을 쓰기 때문이다. 사쥔춘의 경우 2003년 WCG에 참가하기 위해 이미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는 “당시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신발에 먼지하나 묻지 않는 서울의 깨끗한 이미지를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루오시안은 “ ‘X맨’이라는 방송 오락프로그램을 보며 복고댄스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슬기와 섹시 여가수의 대명사 채연의 팬”이라며 영화를 통해 한국이란 나라를 처음 접했다고 했다. 한류가 문화 전도사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음을 입증하는 것.

‘친한파’답게 두 선수는 한국 음식도 매우 좋아한다. 국 종류가 유난히 많기로 소문 난 중국 남방 출신의 샤쥔춘은 국밥과 설렁탕, 그리고 ‘가사 도우미’ 아주머니가 만들어 준 미역국이 제일 맛있다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루오시안은 ‘아주마’가 해준 멸치조림을 가장 맛있게 먹고 있다며 아주머니를 향해 웃어보였다.

샤쥔춘은 “가끔 중국 친구들과 부모님이 생각나지만, 전화와 인터넷을 통해 그리움을 달랜다”면서도 “그러나 워낙 팀원들과 스탭들이 잘 대해줘 한국 생활에 잘 적응, 훈련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한국서 선수생활 오래 하고파

그래도 한가지 생소한 것은 있다. 다름아닌 한국 선수들의 연습 과정이다. 한국 선수들은 각 전략에 대해 다른 팀원들과 열띤 토론을 펼치는 것이 중국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다. 하지만, 처음엔 매우 생소하고 이상하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이젠 한국 게이머들의 강점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연습 과정을 거쳐 상대방에 따른 맞춤 전략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이해하게 된 것이다.

한국 선수 중 그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박용욱·박정석·강민 등 현재 가장 강력한 프로토스 유저라고 꼽히는 선수들이다. 자신들의 종족을 대표하는 한국의 스타들을 보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루오시안은 “우리도 그들처럼 프로토스를 대표하는 유저로 성장해 팀내 프로토스 종족장을 맡아 보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미 한국에서 활약한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는 두 선수는 “입국전 호주 선수 하나가 성적을 내지 못해 출국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팀에 입단해 활동할 수 있는 우리야 말로 ‘행운아’”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하는 만큼 지지해 주는 많은 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자신들의 목표를 이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두 선수는 모두 1년 계약으로 입단해서인지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로 좀 더 오랜시간 활약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도 숨기지 않았다.-두 선수가 팀생활에 잘 적응하나.

▲선수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돕기 위해 통역관(신학용 조선족)이 있어 대화나 생활하는데 어려움은 크게 없다. 더욱이 한국음식을 아주 좋아해서 새로운 식생활에도 잘 적응하고 있다. 미약한 수준이지만 동료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할 수 있고 동료들로부터 팀 생활 적응을 위해 여러가지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 더 잘 적응할거라고 생각한다.

-두 선수의 강점은.

▲프로게이머로서 샤쥔춘은 무게감 있는 플레이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상대에게 쉽게 꺾이거나 허무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루오시안은 자신만의 독특한 플레이를 위주로 하고 그것을 자신의 강점으로 삼고 있다. 게임 외적으로는 둘 다 매우 부지런하다. 새벽 3∼4시까지 훈련하고도 아침 10시에 일어나서 동료들과 함께 움직일 정도다.

-언제부터 기용할 생각인가.

▲올시즌 프로리그부터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어디까지나 팀 선수들의 기준과 동등한 선상에서 경쟁시키고 출전을 결정할 것이다.

-두 선수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중국인으로는 드믈게 e스포츠 종주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본인들 스스로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 지 깨닫고 사명감을 느끼며 최고의 프로 선수로 거듭났으면 한다.

<김명근기자@전자신문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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