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통업계의 잇따른 ‘빅딜’로 시스템 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당장 한국까르푸의 매각이 초읽기를 시작했고, LG그룹과 GS그룹의 분리, 롯데쇼핑 상장 등의 여파로 관련 유통업체들의 시스템 통합과 재조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까르푸 매각 득실계산 분주=한국까르푸는 그동안 IT 구매와 운용을 프랑스 본사 방침에 의존해 왔다. 업계 4위의 할인점으로 IT투자 규모가 작지 않지만, 엄격히 말해 내수물량은 아니었던 것.
그러나 한국까르푸가 롯데나 신세계 등 국내 업체에 인수되면 롯데정보통신·신세계아이앤씨 등 관련 IT서비스 자회사의 덩치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먼저 판매시점관리시스템(POS)·서버 등 장비업체의 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까르푸는 윙코(POS)와 HP(서버)의 텃밭이었지만, 합병 후에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이마트 등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는 한국후지쯔 등 경쟁업체에 영업 기회가 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GS그룹이 출범(LG그룹과 분리)한 후 편의점 ‘GS25’의 장비 공급이 IBM 위주에서 HP·후지쯔로 다변화됐다.
일단 한국까르푸는 매각 방침이 세워진 뒤 IT투자를 자제하고 있다. 한국까르푸는 한국유니시스와 공동으로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 매장에서 1만2000여 상품에 대한 전자가격표시기(ESL) 시범 프로젝트를 수행한 뒤 후속 프로젝트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중단했다.
김대헌 한국유니시스 컨설턴트는 “M&A 이슈로 ESL 사업 계획이 늦춰졌지만,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며 “ESL의 고객 평가가 워낙 좋아 오히려 합병 후에 더 큰 사업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과 해외 진출도 변수=까르푸 인수합병은 오프라인 유통 IT업계의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지만, 더 큰 변화의 바람은 온라인 유통과 해외 유통 시장에서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인터넷 오픈 마켓 G마켓의 상장 가능성이 제기될 정도로 온라인 유통 시장이 급성장했고, 현대·롯데·GS 등 주요 그룹의 온라인 유통(쇼핑몰과 홈쇼핑) 비중도 크게 늘고 있기 때문.
김병원 한국후지쯔 대표는 “앞으로 유통 IT는 오프라인 업체보다는 온라인 업체가 견인할 것”이라며 “온라인 유통업체는 점포 개설비가 저렴한 대신 택배 비용이 높아 물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 IT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의 ‘덩치 키우기’가 해외 진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관심사다. 이미 신세계의 이마트가 중국으로, 롯데쇼핑이 러시아로 진출함에 따라 글로벌 경영에 유리한 표준 IT품목이 주목받고 있다.
전인호 한국HP 상무는 “유통업계의 변화 바람은 장기적으로는 다양한 유통 신기술을 여는 계기”라며 “한국HP는 롯데정보통신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전자태그(RFID) 시범사업에 나서는 등 신사업 기회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