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문화 활동비 있으면 뭐하나…

지난해 과학기술부가 과학기술 대중화를 추진하기 위해 도입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과학문화 활동비 지출 규정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11일 과학기술계 및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에 따르면 과학기술부가 과제당 인건비의 5% 이내에서 연구비를 간접비인 과학기술문화확산과 관련한 경비로 지출하도록 항목을 정해 놓았으나 지침과 유권해석이 엇갈리는데다 연구 책임자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도입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왜 유명무실해졌나=과기부는 과학문화 활동비 예산을 연구비에서 쓰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대학이나 출연연에서 R&D를 책임지고 있는 과제 책임자들은 과학문화 활동비 지출을 꺼리고 있다.

프로젝트 연구비에서 간접비로 지출하도록 규정을 만들어놓았지만 빠듯한 R&D예산으로 인해 연구원들이 집행을 꺼리는데다 강연이나 체험활동 프로그램 등 과학문화 홍보활동을 진행하기에는 시간과 인력이 부족해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연구기관 단위의 홍보 가능성 여부에 대해서도 과기부 사업지침과 유권해석, 과제 관리기관인 과학재단의 해석이 서로 달라 출연연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과기부 특정연구개발사업비 정산관련 지침에는 기관 홍보성 용도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정해 놓았지만 과기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연구기관 단위의 전체적인 홍보활동비 집행은 가능하다. 반면 과학재단은 연구과제(센터)와 직접 관련이 되지 않은 홍보비용은 일체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규정 어떻게 돼 있나=과학기술부는 지난해부터 과학문화활동비 명목으로 과학기술문화확산에 관련된 경비를 인건비의 5% 이내에서 집행하도록 규정해 놓았다.

세부항목은 과기부 기본과제를 대상으로 과제 홍보를 위한 홍보물 및 행사 프로그램 제작, 강연, 체험활동, 연구실 개방 및 홍보전문가 양성 등으로 되어 있다. 이외에 포스터 출력, 초청장 발송,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도 가능하다.

하지만 기본과제로부터 책정된 예산은 기관 홍보성 용도로 사용할 수 없도록 지침을 정해 놓았다.

◇대안은 없나=출연연구기관들은 지침의 제정취지가 과학기술 대중화를 위한 기관 홍보성 예산 확보에 있는 만큼 예산사용 비목을 개방하든지, 최소한 통일된 규정 및 원칙을 만들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연구비 예산항목의 편법 변경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활동비를 책정하더라도 ‘항목간 예산변경’(목간변경)을 통해 재료비 등 연구 직접비로 전용하는 사례도 있어 엄격한 적용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또 과기부 지침대로라면 연구과제 규모가 작을 경우 문화활동비 예산 규모도 같이 작아지기 때문에 독자적인 활동이 사실상 어렵고, 대부분 홍보성 예산집행이 기관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과제 관련성 여부를 편가르기 식으로 나누기도 어렵다는 주장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과기부의 지침이 있지만 문화활동비를 편성하는 연구책임자보다는 그렇지 않은 연구자가 더 많은 실정”이라며 “처음엔 홍보 예산집행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많이 했으나 중구난방식 지침 해석으로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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