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경상수지가 6개월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산업생산 · 소비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올들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경기전망에 암운을 안겨주고 있다. 소비와 투자가 박자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것이다.
투자가 없으면 일자리도 없고 그래서 소비를 할 수 없다. 반대로 소비를 하지 않으면 공장 가동이 어렵고 투자를 할 수 없다. 이같은 늪에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가까운 일본도 무려 10여년간 경기침체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한채 전전긍긍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수출이 받쳐주고 있다는 점인데, 그마저도 `현대차 사태`로 빨간등이 켜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도 겉으로 내놓고 말하진 않지만 매기가 없어 크게 고심하고 있다. 계절적으로 비수기인 탓도 있지만 수요를 견인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게임산업은 잇단 악재들로 인해 큰 속앓이를 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도 눈에 보이지 않고 새로운 모멘텀마저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소비자들의 니즈는 갈수록 복잡 다양해지고 있다. 대안이란 기발한 발상과 첨단의 엔진을 동반한 차세대(?) 게임 장르 개발 뿐인데, 그게 어디 쉬운일인가.
튼실한 숲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서로 어우러지고 잔디가 촘촘히 그것들을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하늬바람에도 작은 물 난리에도 숲은 흩날리고 와해된다. 큰 나무만으로 물을 막을 수 없고 잡목과 풀만 무성한 곳은 숲이 아니다. 고루고루 요소를 갖춰야 한다.
짧은 성상 탓인지 게임산업은 큰 나무만 있다. 키 작으 나무도 잔디도 눈에 보일듯 말듯 할 정도다. 토양이 척박한 것일까. 아니라고 본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큰나무들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은 살펴보지 않은 채 하늘만 쳐다보고 자기 키만 뽐내는 나무에 제 멋에 기풍만 세우는 나무가 적지않다. 유아독존식으로 혼자서 덩치만 키우려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나몰라라 하며 무위도식하는 나무도 있다. 그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그들 곁에 성장목과 잔디가 견디지 못하고 있다. 거센바람에 태풍이 몰아치면 정을 맞을 건 뻔하다.
나무만으로는 숲을 이룰 수 없다. 성장목과 잔디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다름아는 제몫과 역할이 주어지는 산업인프라를 구축하는 길이다.
자금력만 앞세워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뛰어난 엔진과 첨단의 기기를 갖추고 있다고 해서 완성도를 높일수 있다는 것 또한 착각이다. 기발한 발상과 아이디어가 받쳐주지 않으면 그것은 블록버스터를 흉내낸 돈의 향연일 뿐이다. 그것을 받쳐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함께 어우러짐, 바로 그것이다.
그런 숲은 거센바람도 큰 홍수도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제멋만 아는 나무보다는 묵묵히 곧은 땅을 위해 밟혀주는 잔디가, 베어도 잘라도 또 자라나는 성장목이 숲에는 필요하다.
경기 침체없는 대만의 경제가 그래서 경쟁국의 부러움을 사는게 아닐까.
<편집국장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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