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로봇산업에 리더가 필요하다

 바이오가 지나간 자리에 로봇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뻥 뚫린 가슴을 채우기라도 하듯, 여기저기서 로봇 이야기다. 정부의 많은 예산이 이 이름, 저 이름으로 로봇산업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내년 이맘때면 전국에 산재한 산업단지가 다 로봇클러스터화하고, 이들 클러스터에는 로봇 관련업체로 넘쳐날 것이다. 로봇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도 정관을 개정해 로봇사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주가 띄우기에 나섰다. 정치에도 로봇이 이용될 정도다. 로봇 광풍(狂風)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로봇업계 분위기는 아주 좋다. 1000억원에 가까운 정부자금이 풀리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비조차 확보하기 힘들었던 로봇업계에서는 때 아닌 정부의 지원금이 가뭄에 단비와 같다. 그렇지만 분위기는 넘실대는데 실체가 보이지 않는다. 바이오산업과 영락없이 닮은 꼴이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적어도 매출규모 수천억원대의 중견기업이 서너 개가 있을 것으로 대부분 국민은 짐작하지만, 실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1000억원이 아니라 100억원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찾기 어렵다. 10년 이상 로봇산업을 벌이고 있는 리딩기업의 로봇매출이라고 해야 고작 100억원대에 불과하다. 시장이나 기업의 매출규모뿐만이 아니다. 현재 상용화된 로봇도 제어가 가능한 청소기 수준이다. 올 하반기 100만원대 국민로봇이 나온다고 하지만 과연 청소기 수준은 벗어날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청소로봇 다음에는 어떤 로봇이 상용화될까 하는 기본적인 질문에 전문가들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 아마 엔터테인먼트용 로봇이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최선의 답이다. 로봇산업은 아직은 꿈을 먹고 사는 산업쯤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그러나 로봇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담보할 유망산업이라고 한다면, 분위기가 분위기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근본적인 처방이 마련돼야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다. 누가 정책을 개발하고 산업을 이끌어가는지 주체가 없다. 정부 조직으로 돼 있는 산업자원부인지, 국민로봇사업을 주관하는 정보통신부인지 헷갈린다. 당연히 비슷비슷한 단체도 한두 개가 아니다. 사업단·협회·조합·포럼 등이 세워졌거나 새로 설립을 추진하면서 너도나도 자신의 주도권을 내세운다. 앞으로 될 것 같은 분위기에 힘 있는 유관단체도 하나둘씩 밥숟가락을 얹는다. 지금까지 매출부진에 허덕이면서도 시장 열리기만을 학수고대해온 로봇 관련업체는 행여 이 같은 분위기가 사그라질까봐 이중삼중으로 비슷비슷한 단체나 협회에 가입하고 있다. 이쪽 저쪽에 모두 적을 두고 있어야만 어느 쪽에서든 ‘왕따’를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나타나는 정부 지원자금은 상당 부분 선심성, 전시성 행사에 쏠리고 있다. 로봇광풍의 빌미가 된 셈이다.

 정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그동안 로봇산업 붐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했던 정통부 장관의 교체로 인해 로봇정책이 탄력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벌써부터 로봇업계를 휘감고 있다. 지금의 로봇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정상적이 아님을 시사하는 좋은 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 시장을 창출해갈 것인지, 무슨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인지를 논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따라서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역할이 변해야 한다. 로봇기업에 대한 단순지원이나 선심성 행사에서 벗어나 수요를 창출하고 이로 인해 기업의 로봇사업 참여가 이루어지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가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전제조건은 로봇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키 위한 큰그림과 이를 범부처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추진체계의 정립이다. 지금 붕 떠 있는 로봇산업에 필요한 것은 로봇산업 전체를 바라보면서 아우르는 조정자의 리더십이다.

◆양승욱부국장@전자신문, swy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