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국내 소프트웨어(SW) IT서비스 및 SW협단체의 최고경영자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부의 ‘SW 공공구매 혁신방안’에 관한 긴급 설문조사에서 혁신방안 가운데 가장 시급하고 우선적으로 실현돼야 할 과제로 58%가 ‘SW 분리발주’를 꼽았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SW 분리발주가 되지 않고서는 SW 공공구매 개선대책이 아무런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달가격 산정 시 시중에 가장 빈번하게 거래되는 가격을 말하는 최빈가 또는 가중평균치 적용 문제나 유지보수료 문제, 굿소프트웨어(GS) 인증제품 가산점 부여 등 나머지 과제도 분리발주가 정착될 때 해결되고 실효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공공기관 국산SW 구매 의무화 등 그동안 발표된 정부의 산업 또는 기업 육성책으로 보면 공공 SW시장은 영세한 국내 SW업체의 최대 수요처고 최고의 준거 사이트임에 틀림없다.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공공 부문 발주·계약 제도도 잘 정비돼 있다. 하지만 전문성이 미흡하고 뿌리박힌 불합리한 구매관행으로 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원인을 찾아 하나하나 따져들어가 보면 결국은 발주처인 공공기관이 하드웨어와 SW를 분리발주하기보다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해 일괄 구매 계약하는 데 문제가 있는 것으로 귀결된다. SI업체가 주계약자가 됨으로써 자체개발 SW 우선 공급, SW 전문업체에 대한 무리한 가격 인하요구 등 고질적인 병폐가 나타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도 SI업체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공공시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개선대책을 한두 번 내놓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근본적인 SW 발주형태의 변화 없이 정부가 단순히 하도급 상황을 감독하는 형식으로 개선하는 데 그쳐 실효성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 발주자→주계약자→하도급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고리를 끊지 못해 SW업체는 구매기관과 SI업체 두 곳을 상대로 영업하고 가격까지 인하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공공기관이 SI업체에 일괄 발주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 가운데 발주기관이 IT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데다 자칫 프로젝트가 잘못됐을 때 따지게 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SW업계 종사자가 정부의 SW 공공구매 혁신방안에 기대가 크지만 “정책으로만 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SW 공공구매 혁신방안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발주자 전문성 확보와 책임 문제에 대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고 본다. 이와 함께 표면상의 분리발주가 아닌 최종 고객이 솔루션을 선정하는 권한을 갖는 형태로 발주하도록 하는 등 구체적이면서 세부적인 실행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SW업계 경영자의 지적처럼 진정한 분리발주를 위해서는 사전 예산 편성단계에서부터 이를 고려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번 정부의 SW 공공구매 혁신방안은 제대로만 시행되면 국내 SW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다. 분리발주와 GS인증 제품에 대한 가산점 등은 공공발주 관행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SW업계 최고경영자의 공공구매 혁신방안 정책에 대한 일련의 비판을 참고로 해 더욱 실효성 있고 시장원리에 충실한 세부실행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그래야 일회성 정책제시에 그치지 않고 효과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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