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인 직장인 김병철씨(33)는 축구경기가 있는 날이면 집에서 가까운 친구들과 모여 축구를 보는 게 즐거움이다. 최근에는 기쁨이 두 배로 커졌다. 보통의 TV화면이 아닌 스크린으로 보는 대화면 때문이다. 좀 더 박진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보기 위해 고민 끝에 프로젝터를 구입한 것. 김씨는 “축구 경기가 있는 날, 길거리 응원을 못 나갈 때는 프로젝터를 통한 입체 사운드와 생생한 화면으로 경기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젝터가 가정으로 파고들고 있다. 기업에서 주로 발표용으로 사용하던 프로젝터 장비가 홈엔터테인먼트 확산과 맞물려 새 수요 창출에 나서고 있다. 가전제품처럼 디자인도 귀여워지고 가격도 저렴해지는 추세다. 밝기도 일반 영화관에 못지않은 3000안시루멘급이 대중화되면서 일반 디스플레이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예 기업에서 쓰는 제품과 구분하기 위해 ‘홈프로젝터’라는 타이틀을 달고 출시되는 추세다.
홈프로젝터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PDP·LCD·프로젝션TV 등 다른 디스플레이에 비해 같은 가격 대비에서 9배 이상의 대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안방극장’을 연출할 수 있는 것.
프로젝터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200만∼300만원대 고가로 기업·학교 등에서 업무 용도로 구입하는 것이 전부였다. 일반인이 프로젝터를 구입한다는 것은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과 비교해 사양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 100만∼200만원대 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사용법도 무척 간편해졌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누구나 손쉽게 설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동도 용이하다. 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무게도 가벼워지고 디자인도 어떤 IT기기와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련돼졌다.
게다가 투사 거리 확보가 힘든 가정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좁은 공간에서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제품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박동진 휴스템 사장은 “가격도 비싸고 화면 크기에 제한이 따르는 PDP 혹은 LCD TV를 구입하기 보다 프로젝터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 월드컵 시즌까지 겹쳐 예년보다 수요가 크게 늘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주요 업체에 따르면 올해 경기가 ‘게걸음’을 치면서 주요 IT품목 수요가 주춤하지만 프로젝터만은 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지난해 프로젝터 시장 규모는 업체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평균 7만대 수준. 하지만 올해는 8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엡손은 지난해 기업·소비자 시장에서 5만대, 조달 분야에서 1만5000대로 6만5000대 정도를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는 소비자 시장이 성장을 주도하면서 6만대, 조달도 소폭 성장한 1만8000대 정도로 합해서 7만8000대로, 전년보다 1만대 이상 성장할 것으로 자신했다.
박명철 한국엡손 전무는 “이제까지 성장을 주도했던 조달 분야는 성장세가 좀 주춤하지만 일반 소비 시장은 월드컵 특수와 맞물려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로젝터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휴스템도 지난해에는 경기 침체와 교육기관 예산 축소로 인한 조달 수요 감소로 7만4000여대 규모를 형성했지만 올해는 경기 회복 기대감과 홈시어터 시장의 성장세에 힘입어 8만대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점차 선명하고 밝은 제품을 찾는 수요와 맞물려 지금까지 주력 제품은 3500안시루멘급이었지만 올해에는 4000안시루멘급이 확산되는 원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맞물려 4000안시루멘 제품의 가격 하락 폭이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DLP와 LCD 진영의 영토 싸움은 올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본격적인 상승 무드에 진입한 DLP 진영은 올해 LCD 진영에서 주도권을 빼앗는 원년으로 삼고 공격 마케팅 채비를 갖춘 상태다.
HP·벤큐 등 DLP 진영 대표업체는 올해 프로젝터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조태원 한국HP 부사장은 “가격과 밝기 어느 면에서도 이제 DLP가 LCD에 맞먹을 정도로 기술과 브랜드가 올라갔다”며 홈 시장을 발판으로 공격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DLP 공격 경영에 맞서 LCD 진영은 이미 연합전선을 결성한 상태다. 엡손·소니·히타치 등은 ‘3LCD.com’을 구성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특히 조달 시장에서의 선전을 자신하고 있다.
히타치 측은 “조달에서 2004년 DLP 방식이 13.7%에서 지난해 10.6%로 감소했다”며 “이는 수요처에서 두 방식의 기술 차이보다는 경제성이 뛰어난 LCD를 선호했기 때문”이라고 시장 수성을 호언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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