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DTV업체들 "휴일근무도 즐거워"

 “공장가동률이 125%를 넘어섰다.”(성진영 하스퍼 사장)

“병원과 호텔 특수 시장 매출이 2배나 폭증했다.”(심봉천 디보스 사장)

중소 디지털TV(DTV) 업체가 월드컵 특수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독일월드컵이 석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유럽 등 해외 바이어 주문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립스·카시오·NEC 등 해외 유수 가전업체가 ‘러브콜’을 보내는가 하면 유명 호텔과 병원에서 샘플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쯤 되자 TV 업계의 비수기인 봄 시장에 때 아닌 비상근무를 선언하는 업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매출 2배로 ‘껑충’=중소 DTV 업계의 월드컵 특수는 매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최고 10배 가까이 늘어난 업체도 등장했다. 에이텍은 올 들어 TV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0배가 늘어났으며 디보스도 올해 1·2월 병원 등 특수시장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100%나 늘어났다. 우성넥스티어·하스퍼 등도 매출이 20∼50%까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석용 현대이미지퀘스트 이사는 “일반적으로 TV 시장은 1월을 고점으로 2월부터 5월까지 매출이 감소하는 비수기지만 올해는 월드컵 특수로 오히려 2월 매출이 1월보다 2배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메이저업체 ‘러브콜’=최근 들어 가속도가 붙은 월드컵 특수는 4월과 5월에 정점에 달할 전망이다.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오면서 굵직굵직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중소 TV업체에는 필립스·카시오·NEC·마란츠 등 유럽과 일본 유력 가전업체들이 OEM을 타진해오는 사례가 부쩍 늘어났다.

중소업체 한 사장은 “해외 유수 가전업체가 하이얼·하이셍 등 가격이 싼 중국업체와 다소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국내 전문업체를 놓고 대규모 OEM 물량 발주를 최종 저울질중”이라며 “소비자 입맛이 까다로운 유럽에서 한국업체들이 1000만달러가 넘는 OEM 계약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비상근무 돌입=주문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공장가동률도 수직상승하고 있다. 하스퍼는 3월 들어 하루 평균 10시간씩 공장을 완전 가동하는 것도 모자라 최근에는 주말과 휴일에도 생산라인을 돌릴 정도다.

디보스·KTV글로벌 등은 대규모 신축 공장을 완공하고 급증하는 수주물량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에이텍은 국내 기업이나 음식점 등 B2B 시장을 겨냥해 영업인력 30명을 풀 가동할 태세다.

심봉천 디보스 사장은 “LCD TV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는데다 월드컵 특수까지 겹치면서 생산량을 감당하지 못해 수주를 포기하기까지 했다”며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공장 생산능력과 부품조달 자본여력 등이 중소업체의 올해 성적표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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