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북미와 유럽에서 차별화된 휴대인터넷(와이브로) 시장 전략을 펼친다.
20일 삼성전자는 “미국에서는 와이브로로, 유럽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서비스명으로 각각 기술력을 알리고, 초기 장비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은 최근 연달아 개최된 해외 전시회에서 처음 드러났다. 올 초 미국에서 열린 ‘CES 2006’에서 삼성전자는 ‘와이브로’라는 우리 고유 이름으로 장비 및 단말기를 선보였다. 이에 비해 지난주 독일에서 폐막된 ‘CeBIT 2006’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관련 장비를 출시했다.
애초 고정형 서비스에서 출발한 와이맥스는 이동(모바일) 환경에 맞는 표준이 가미되면서 주파수 대역이나 표준 대부분이 와이브로와 동일한 내용으로 채택됐다. 즉, 와이브로는 모바일 와이맥스의 우리식 이름으로 이해해도 무방하다.
해외 시장에서 서비스명을 달리하는 삼성전자의 공략법은 무엇보다 칩이나 와이브로 핵심 단말인 노트북 시장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텔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인텔은 고정형 와이맥스를 지원하는 ‘프로·와이어리스 5116’ 칩세트를 양산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출시되는 대부분의 신형 노트북에는 와이브로와 호환되는 모바일 와이맥스 기능이 내장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다시 말해 향후 인텔 칩이 장착된 노트북은 모두 모바일 와이맥스, 즉 와이브로를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삼성전자는 모바일 와이맥스 시장 주도 의지를 갖고 있는 인텔을 고려해 한발 물러서는 대신, 유럽 시장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 분야의 삼성전자 기술력을 적극 알리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인텔’과 공조해 출시한 울트라 모바일PC ‘센스Q1’을 기점으로 올 하반기부터 북미 노트북PC 시장에 직접 진출할 계획이어서 협력관계인 인텔을 더욱 고려했다는 분석이다.
“해외에서는 모바일 와이맥스라는 이름으로 알리는 것이 빠르지만, 인텔 등 미국 장비업체들을 고려해야 할 사안이 있다“고 밝힌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도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삼성전자 분석에 따르면 와이브로는 오는 6월 한국에서 KT와 SK텔레콤이 첫 상용 서비스에 나서는데 이어 연내 브라질(TVA)을 비롯 베네주엘라(옴니비전), 크로아티아(포르투스) 3개국에서도 상용 서비스를 시작한다. 이밖에 17개국에서도 시범 서비스를 준비중이어서 세계 와이브로 시장을 둘러싼 장비 업체 간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혜선·홍기범기자@전자신문, shinhs·kbh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