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계 첫 100인치 LCD 개발 쾌거

 우리나라가 초박막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LG필립스LCD가 세계 처음으로 LCD 분야에서 불가능으로 여겨졌던 ‘100인치의 벽’을 깼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이 LCD 역사를 새로 쓴 또 하나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특히 현재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일본과 대만·중국 업체와의 대형 LCD 기술개발 경쟁에서 우리 기업이 앞서가고 있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LCD 시장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든든함마저 든다.

 LG필립스LCD가 개발한 100인치 LCD는 기존 최대 크기인 82인치 화면 면적보다 1.5배 가량 크며, 현재까지 개발된 평판디스플레이(FDP) 가운데 가장 큰 103인치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과도 비슷할 정도로 획기적인 제품이다. 그만큼 ‘대형 디스플레이는 PDP’라는 인식을 깨고 LCD가 크기와 가격에서 PDP와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번 성과는 물론 LG필립스LCD가 세계적 수준의 기술진을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LG필립스LCD가 지난 2002년 12월 52인치 TV용 LCD 개발에 성공해 당시 기술의 한계로 여겨졌던 ‘마의 50인치 벽’을 처음으로 넘어선 이후 3년여 간의 연구개발 투자가 이번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세계 최대 LCD 유리기판을 가공하는 7세대(1950×2250㎜) 양산라인을 구축한 것도 대형화 기술을 확보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

 산업적 파급효과는 예측하기 힘들 만큼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LCD 역사를 다시 쓴 100인치 LCD 패널 개발은 기술적으로 최적화하면 한꺼번에 50인치 4장 또는 42인치 6장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 때문에 42인치 이상 크기 패널의 성능 향상과 생산성 효율 제고에도 효과적이어서 대형 디스플레이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PDP 아성에 대한 도전은 물론이고 차세대 디스플레이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어느 분야든 1등이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지만 LCD 분야는 특히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 더욱 그렇다. LCD 수요는 휴대폰·노트북 컴퓨터 등 중소형 중심에서 갈수록 대형 TV 등에 들어가는 중대형 중심으로 급격히 이전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다른 IT제품과 달리 초기 공급단계여서 공급자 중심으로 수요가 이뤄지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끊임없는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가 LG필립스LCD의 100인치 패널 개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CD 산업의 경쟁력은 무엇보다 원가경쟁력 확보와 안정된 수율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개발하는 대형 LCD패널은 생산성 측면에선 우수하지만 다루기 어려운 대형 유리기판을 사용하는만큼 설비와 공정 난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LG필립스LCD가 이번에 편광판과 컬러필터 등 핵심부품을 국산으로 사용한 것은 그만큼 국산부품의 기술력이 우수해졌고 부품을 국산화해야만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체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여겨져 주목된다.

 하지만 LG필립스LCD가 더욱 약진하고 국내 LCD산업의 새로운 모멘텀이 되려면 이들 부품에 한정해서는 안 되며 여타 부품업체와도 협력 모델을 더욱 극대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1위 LCD 생산국이지만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간과해선 안 될 것이 현재 우리가 앞서가는 분야라고 하지만 언젠가 후발자의 도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기업들은 LCD분야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는 물론이고 글로벌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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