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리스트]블루사이드 스튜디오 이세인 아트 디렉터

판타그램의 X박스용 타이틀 ‘킹덤 언더 파이어’ 시리즈는 높은 작품성과 뛰어난 완성도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보급이 뒷받침되지 않아 국내에서 재미를 못 봤다. 하지만 해외에서의 반응은 매우 높아 단숨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의 캐릭터와 그래픽에 대해 칭찬이 자자했는데 이세인(27) 팀장의 힘이 컸다. 그녀는 블루사이드 스튜디오의 최연소 팀장으로 팬터지와 SF 세계관에 대한 탁월한 표현으로 정평이 나 있다.

“ ‘서클 오브 둠’은 지금까지와 다른 ‘킹덤언더파이어’를 보여 줄 거예요. 전략성이 강했던 기존 시리즈와 달리 액션RPG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세계관과 캐릭터에 많은 변화가 있죠. 후후후”

그녀의 마지막 웃음소리가 의미심장했다. 2002년 7월 블루사이드 스튜디오에 입사해 줄곧 ‘킹덤 언더 파이어’ 시리즈의 원화와 3D 모델링을 담당했던 이 팀장은 이번 작품으로 아트 디렉터로 승진했다. 그래픽 분야를 총괄하는 자리에 올라서 자신의 뜻을 마음껏 펼쳐 보이겠다는 다짐이 가슴으로 전해왔다. 그녀의 웃음은 바로 그것을 상징했다. 새로운 것을 보여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어 하는 그런 것.

# 만화가가 꿈이었다

“그림 그리고 싶어서 무작정 집을 뛰쳐 나왔어요. 생전 처음으로 부모님하고 싸웠죠. 단 한번도 부모님 말씀 거역한 적 없었는데 그 때는 왜 그랬는지 몰라요.”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빠져 살았고 철이 들고서는 보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그리는 것에 더 만족을 느꼈다는 그녀.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할 무렵 이 팀장은 보따리를 싸서 집을 나왔다. 부모님은 만화가의 길을 걷겠다는 딸을 말렸고 평소 반항 한번 하지 않았던 자식이었기에 당연히 순응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다. 국내 유일의 만화학과를 지망했던 이 팀장은 부모님이 반대하자 아르바이트를 해서 입학금을 마련했다. 그리고 무작정 입학 원서를 내고 집에서 나와 버렸다. 오로지 그림이 좋아 선택한 것이다. 학교 생활은 집의 지원이 없어 항상 아르바이트로 바쁘게 보냈으나 행복했다.

또 다른 여자들처럼 순정 만화 스타일이 아니라 팬터지와 SF 세계관을 좋아해 동호회도 그런 쪽을 택했다. 그녀의 말처럼 ‘남자들 사이에서 항상 혼자 여자’로 대학 생활을 보낸 것이다.

게임쪽에 발을 내딛은 것은 우연에 가까웠다. 만화가가 되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래서 아는 사람의 회사로 들어가 원화 작업을 시작했고 3D 모델링도 맡았다. 잠시 도와준다는 생각이었고 만화가의 꿈을 접지 않았는데 이것이 그녀의 길을 결정짓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3D 모델링을 잘 한다는 소문이 돌았고 선배의 권유로 블루사이드스튜디오의 문을 두드렸다. 거기서 그녀는 ‘크루세이더’ ‘히어로즈’ ‘나인티 나인 나이츠’ 등의 3D 모델링을 작업했고 실력을 인정받아 차기작 ‘서클 오브 둠’의 그래픽 팀장으로 발탁됐다. 만화가가 꿈이었던 한 소녀가 이제는 세계적인 게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 분위기와 느낌이 가장 중요

“제가 창조한 캐릭터가 게임에서 돌아 다니는 것을 보면 자식같아요. 전투를 하거나 사냥을 하면 막 때리고 그러잖아요? 마음이 아프고 그래요.”

그렇고 그런 감정은 원화를 그리고 모델링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느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이 보는 ‘잘 만든 그래픽’이란 잘 생기고 예쁜 얼굴과 몸매가 아니라 분위기와 느낌이라고 했다.

게임의 컨셉트와 적합한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이 가장 힘들고 그런 사람들이 인정받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만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이젠 자신의 일이 현재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가장 천성에 맞는 일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게임 그래픽은 힘들지만 즐기면서 하면 발전도 있고 보람도 커요. 요즘 게임들을 보면 독특하고 창조적인 면이 부족한데 앞으로 많이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김성진기자 har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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