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 시스템 분야에서 유통업계의 벤치마킹 모델을 만들겠습니다.”
TV홈쇼핑 간판 업체 GS홈쇼핑에서 정보전략부문을 책임지는 박훈기 상무(45)의 각오는 남다르다. ‘대한민국 1위 홈쇼핑’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정보 시스템에서도 최고를 지향한다.
“홈쇼핑은 정보기술(IT) 의존도가 어느 업종보다도 높습니다. 메인사업인 케이블 홈쇼핑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탄탄한 정보 시스템이 필수입니다. 게다가 인터넷 몰은 ‘시스템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업 비즈니스와 앞선 IT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접목돼야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박 상무는 한국IBM과 SAP코리아를 거쳐 지난 2004년 GS홈쇼핑에 합류했다. 부임 후 제일 먼저 착수한 일은 시스템 안정화. 20년 가까이 컴퓨터와 씨름하며 쌓아왔던 풍부한 경험 때문에 시행착오가 없을 것으로 봤지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책임감이 다릅니다. 컴퓨팅업계에 있을 때는 프로젝트 중심입니다. 프로젝트만 성사되면 한시름 놓겠 되지요. 하지만 여기는 다릅니다. 365일 24시간 긴장의 연속입니다. 단 1분이라도 시스템에 문제가 있으면 모든 비즈니스가 ‘올 스톱’ 입니다. 아무리 술이 취해도 잘 때 머리맡에 꼭 휴대폰을 놓아야 안심이 됩니다.”
책임감이 큰만큼 회사에서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최고경영자가 수시로 시스템 상태를 점검하는가 하면 시스템 고도화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관심에 비례해, 지원도 전폭적이라는 점. 정보전략부문 직원 수만 해도 100여명이다. 내수 침체로 유통 업종이 힘들다고 하지만 정보화 투자비만큼은 매년 늘리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IT역량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게 목표입니다. 이미 예정된 크고 작은 프로젝트만 90개에 달합니다. 통합 방송시스템 구축, 신사업에 따른 프로세스 정비에 특히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박 상무는 지난해 유통 부문 ‘올해의 CIO상’을 수상했다. 지난 2년 동안 고생을 했지만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을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정보기술은 현업에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조금만 안일하게 대처하면 단번에 표시가 납니다. IT업계보다도 더 시스템에 대해 박식하고 철두철미해야 합니다.”
박 상무는 “GS홈쇼핑에 탄탄한 IT인프라는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요조건”이라며 “홈쇼핑 업계를 평정했듯이 정보시스템 분야에서도 최고의 인프라를 갖춰 모든 유통 업종의 모범 사례가 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