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여당(與黨)

 여(與)는 ‘같은 편’ 또는 ‘한패’라는 뜻으로 여당이란 ‘정부와 한패가 되는 정당’이란 뜻이다. 정당정치에서 정권을 잡고 있는 정당을 가리키는 말이다. 여당은 그래서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로 정부를 구성하고 그들을 통해 정책을 수행한다.

 반면 야당은 ‘재야정당(在野政黨)’의 준말로 여당에 대비되는 말이다. 정당정치에서 정권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정당이란 의미다. 야당은 그래서 여당의 정치이념이 반영된 여러 시책을 비판 혹은 견제하고, 국리민복을 도모해 정권 획득을 위한 정치투쟁을 전개한다.

 요즘 국회를 보노라면 여당이란 사전적 의미를 바꿔야 할 듯하다. 지난주 열린 국회 과기정위가 대표적인 예다. 의원들이 정부안의 단점을 들어가며 각기 자신이 발의한 의원입법안을 상정하자고 맞선 것. 이날 상임위에 올라온 것은 모두 4건으로 야당에서 2건, 여당에서 1건, 정부안 1건이다.

 하지만 막상 상임위 상정을 앞두고 상황이 달라졌다. 야당과 여당이 모두 정부안에 비판적이었다. 상황도 몇 차례 반전을 거듭했다. 표결에 들어갔을 때 정부안을 찬성한 의원은 8명, 반대한 의원은 6명이었다. 찬성한 의원은 야당이 5명, 여당이 3명. 정부와 여당이 긴밀하게 사전 조율을 거쳤고 상호 협조도 약속돼 있다고는 했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후일담이지만 정부 관계자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야당이 한 명만 반대했어도 정부안은 통과되지 못했고, 상황이 어찌될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사전 조율을 통해 여당이 ‘비판적 지지’로 정부안을 통과시켜 주기로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단일안으로 합의가 안돼 표결에 들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표심을 의식한 여당 의원이 부표를 던진 것이다. 부표를 던진 의원 중에는 법안도 발의해 놓고, 한편으론 장관 하마평에도 오른 인사도 끼어 있다.

 여당이 정부안을 막고 야당이 통과를 주도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의원들이 극적 반전을 즐기는 것일까. 의원이니 표심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하다. 3800만명에 달하는 이동전화 가입자들이 표로 보였다면 이를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여당의원이라면 정책적 이견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한패’인 정부와 함께 갖는 책임과 의무를 회피하지는 말아야 한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위해서라도 말이다.IT산업부·박승정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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