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위안화에 주목할 이유

지난주 미 연방준비은행(FRB), 미국무역대표부(USTR), 상원 의원 등 경제정책 관련 당국자들이 중국 위안화 정책과 관련한 속내를 읽게 해 주는 주요 발언을 패키지로 쏟아냈다. 찰스 슈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상원에 출석, 27.5%의 대중국 보복관세 얘기를 꺼냈다. 버냉키 FRB 의장은 “그간 얻어 온 세계 자유 개방무역의 이점을 무너뜨리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며 반대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환율을 유지함으로써 수출에서 유리한 처지가 됐다”며 “중국은 환율이 더욱 유연해지도록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USTR의 롭 포트먼은 “중국이 교묘하게 환율을 조작해 약세로 만들면서 중국의 수출품가격을 싸게 하고 미국제품을 더욱 비싸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미국 전체 적자의 25%에 달하는 2020억달러에 이른다.

 외신은 ‘미국 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에 가세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의원과 버냉키가 말한 ‘위안화 절상’은 미국이 지난 수십년간 심각한 재정·경상적자 때마다 행해 온 약달러 환율 정책의 복제판으로 읽히는만큼 결코 그 의미를 가벼이 볼 수 없다.

 좀 멀리는 지난 1971년 8월 닉슨 대통령이 기존의 금본위통화제를 관리통화제로 세계 통화의 패러다임을 바꾼 이후의 변화를 봐야 한다. 온스당 금 가치를 35달러에서 38달러로 올리자 달러가치도 7.89달러 낮아졌고 독일의 마르크화는 13.57%, 엔화는 16.9% 높아졌다. 이어 1985년 9월 강력한 군비경쟁을 통해 재정을 쏟아내야 했던 레이건 대통령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G10 재무장관과 함께 달러 약세를 유도해 충격을 줬다. 닉슨쇼크 때의 달러당 360엔, 플라자 합의 이전에 250엔이었던 일본의 대달러화 환율은 플라자 합의 후 2년도 채 안돼 120엔까지 떨어지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여기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왜 발생했는지 일본의 세계적 전자업체들이 왜 어려움을 겪었는지의 뿌리가 읽힌다.

 이미 닉슨 쇼크와 플라자 합의로 두 번이나 덴 적이 있는 일본의 사카키바라 전 일본 재무상은 위안화 절상 시점을 베이징 올림픽 이전이라고 점쳤고 미국의 눈덩이 적자는 당연히 그 시점을 앞당기게 할 것으로 보인다.

 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본의 회사들조차 경영혁신과 함께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이전하는 우회책으로 간신히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번 위안화 절상논의는 일본은 물론이고 IMF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우리나라에 만만치 않은 원고불황을 가져오게 되리란 예고편과 다름 없다.

 하지만 정작 위안화 절상이란 직격탄을 맞게 될 당사국인 우리 정부는 국내 경제상황 돌보기에, 우리 수출기업은 하도급업체 납품단가 축소 등 급한불 끄기에 바빠 별로 여유가 없는 듯하다.

 최근 세계 5위의 자동차메이커인 현대자동차가 약달러에 따른 환차손을 부품공급업체에 전가하겠다고 나섰다. 글로벌기업을 자처하는, 알 만한 종합 전자부품업체가 하도급업체에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은근히 강요해 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시점에서 영업이익률 평균 4.47%의 한국 중소기업을 버리고 중국으로 가 본들 무슨 소용이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와 대기업은 스스로 경영혁신을 통한 환율위기 위험분담금 흡수책과 산업상생의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안 될 경우 플라자 합의 이후 엔고로 불황을 겪던 대기업이 아시아로 생산거점을 옮기고 동남아로 공장을 빼앗긴 지방이 불황에 시달렸던 일본의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재발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