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업자인 A사의 미팅룸. A사 구매 담당자가 장비업체 영업 직원에게 “이번엔 당신 회사 제품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는 방침을 통보한다. 그러나 이 영업직원은 세계에서 인증받는 최첨단 장비를 왜 도입하지 않느냐고 따진다. 재고를 요청해보지만 담당자의 대답은 단호하다.
“장비가 우수하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100만 가입자용이면 충분합니다. 3억명을 수용하는 장비를 지금 도입하는 것은 낭비지요”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의 경영 문화를 소개하는 회사 소개서의 한 장면이다.
장비 개발이나 출시 로드맵도 실질적인 고객 수요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는 메시지다. 화웨이는 이런 경영문화를 통해 20년도 안 되는 기간에 세계 통신장비 시장을 흔들어 놓을 중심 축의 하나로 우뚝 섰다.
◇강력한 글로벌화 추진=주요 글로벌화 전략 가운데 하나가 외국기업과의 합작을 통해 세계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작업이다. 지난 2003년 스리콤과 합작으로 ‘화웨이-스리콤’을 설립한데 이어 최근엔 캐나다의 노텔과 합작법인을 설립키로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내부의 세계화 수준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라는 게 업계 평가. 화웨이는 아직도 세계 80여개 영업 지점에 중국인 책임자를 파견하고 본사가 직접 관할한다. 지난해 설립된 화웨이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코리아를 이끄는 최호원 사장이 전세계 지사장 가운데 유일한 외국인이다. 이런 한국지사에도 절반 가까운 인원이 중국인이다. 공식 회의는 중국어로 진행한다.
화웨이 관계자는 “그럼에도 화웨이는 주문형반도체(ASIC) 제조부터 유무선 통신장비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고 있는 세계 유일한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시장 공략 강화=지난해 화웨이엔터프라이즈네트웍스코리아를 설립하며 한국에 진출한 화웨이는 산업군별로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농심·매그너칩·에어미디어 등 일반기업은 물론 한국체대·인하대 등 학내망 사업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 최근엔 인력을 3배 가까이 충원하는 등 한국 투자를 가시화하고 있다. 올해도 스펜오컴·제이씨현 등 90여 전문 파트너를 통해 공공·금융·의료기관 등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최호원 지사장은 “지난해가 한국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 단계였다면 올해는 공격적 영업을 위해 한국시장에 인력과 자금 투입을 본격화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상돈기자@전자신문, sd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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