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국산 IT제품 베끼기가 이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한국 IT제품을 모방한 이른바 ‘짝퉁’이 범람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며 이제는 우리 기업이 현지에 제품을 출시도 하기 전에 모방제품을 먼저 선보여 우리 IT기업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고 한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우리 IT기업이 설 땅이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지 짝퉁제품이 나도는 것은 안될 일이다. 더구나 우리 IT제품을 그대로 베낀 모방제품을 먼저 선보인다면 그로 인한 우리 기업의 손해는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시장 선점 기회를 잃는 것은 물론이고 우리 기업이 뒤늦게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중국 업체가 가격을 턱없이 낮추는 시장 교란 행위를 벌이면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중국 모방제품이 국산제품에 비해 품질이나 기능이 떨어질 경우 이미지 훼손으로 인해 자칫 영업 기회마저 상실할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라고 한다. 최근 중국 최대 게임유통 및 개발사인 샨다는 우리 기업인 넥슨이 개발해 중국시장에 곧 서비스할 예정인 ‘카트라이더’를 그대로 모방한 게임 ‘크레이지카트’를 만들어 전격 공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얼마 전에는 유명 디자인상을 받은 한국산 MP3플레이어를 본뜬 중국산 모방제품이 먼저 시판된 것은 물론이고 원 제조사보다 앞서 해외 수출까지 이뤄지는 일이 발생했다.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MP3플레이어·휴대폰 등 중국에서 인기가 있는 한국 IT 분야에서 대부분 한 번쯤 중국기업의 모방제품 선공에 피해를 봤다고 한다.
온라인 게임만 해도 중국시장에서 우리 게임을 그대로 베껴 브랜드만 살짝 변형한 ‘짝퉁’ 게임이 버젓이 유통된 것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이번처럼 우리 게임이 서비스할 예정임을 알고 중국 업체가 먼저 공개 서비스에 나선 것은 ‘한국산 온라인 게임 흔들기’가 아닌지 저의를 의심하게 한다. 중국 샨다는 게임 개발사도 아닌 유통사일 뿐만 아니라 그동안 넥슨과 우호관계를 맺고 이 업체의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성장해온 업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 넥슨이 현지 게임 서비스를 위해 제기한 허가 신청을 중국 정부가 미루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일이어서 최근 중국 내에서 일고 있는 정부와 업계 간 반(反)한국게임 교감으로 이뤄진 것으로 판단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문제는 국내 IT업체가 이 같은 모방제품 선공 피해를 보면서도 마땅한 조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송을 통해 피해를 막으려 해도 중국 정부의 자국산업 위주 보호 의지가 커 우리 기업이 기대하는 판결을 얻어낼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중국 정부의 의지 없이는 근절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짝퉁제품 철퇴에 나섰듯이 중국에 진출한 모든 국내 업체가 공동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전자산업진흥회를 중심으로 구성을 추진중인 ‘짝퉁 대응 민간 협의체’와 함께 공동 대응 전략을 펴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중국과 한국의 법률 체계가 달라 어떤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애써 개발한 제품이 중국에서 짝퉁 유통으로 인해 피해를 본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이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짝퉁 공세는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중국도 짝퉁제품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없고 자국이 ‘짝퉁제품의 천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책 당국이 근절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짝퉁이 범람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아시아와 세계의 중심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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