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자의 현장력=조직이 커지면 큰 기업의 병폐가 종종 보이고 부서간 의사소통이 막히거나 새로운 시도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가 앞서게 된다. 이에 따라 요즘 MBA코스나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경영자의 구상력이나 전략입안력, 의사결정력을 키우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은 기업의 성패는 똑똑한 상위 20%보다 하위 80%의 ‘현장력(現場力)’이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롤랜드 버거의 경영 컨설턴트인 엔도 이사오가 지은 이 책은 결국 기업의 경쟁력은 하부구조 개선에 있음을 강조한다. 현장이 주역이며 당사자라는 경영철학을 실제로 구현한 기업들은 차별화되고 고유 영역을 지닌 전문메이커로서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그 예로 저자는 세계최고의 자동차기업인 도요타의 이른바 ‘3현(現)주의’를 소개하고 있다. 3현이란 현장·현물·현실을 말한다. 도요타 사원들은 3현주의를 머릿속에 입력해 현장력을 강화하는 DNA로 활용하고 있다. 이 밖에 닛산의 매트릭스 조직, 와타미의 기절 앙케이트 등도 대표적인 현장력 위주의 경영사례로 소개된다.
이 책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요즘 일본에서 ‘실패학’ 연구대상으로 지목된 소니에 대한 일본적인 분석이다.
지난 70, 80년대 ‘메이드 인 재팬’의 신화를 만든 소니가 적자 속에서 허덕이는 3류기업으로 전락한 이유를 다른 외부적 요인 대신 “왜 과거처럼 훌륭한 물건을 내놓지 못하는가”라는 현장적 접근법을 통해 설명한다.
현장력이란 관점에서 볼 때 소니의 이데이 회장은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경영전략으로 ‘소니 DNA’가 흐르는 공장을 소외시켰다고 비판한다. 결국 경영이 현장 기술자의 사기를 꺾었다는 분석이다.
이 책의 포커스는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창시한 일본식 인간 경영의 전통을 살려 어떻게 하면 현장 노동자의 정체성과 창의성을 복원할 것인가에 맞추고 있다. 이는 노동자만큼 현장을 꿰뚫고 리드하는 일본식 경영자의 복원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한국경제의 블루오션은 똑똑한 경영자의 획기적인 발상뿐만 아니라 현장력의 DNA가 흐르는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엔도 이사오 지음. 고수출판 펴냄, 1만2000원.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