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작·배급·상영 등 전과정을 디지털화하는 디지털시네마의 국내 도입이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안정숙)가 한국형 디지털시네마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데 본격 착수한 가운데 국내 디지털시네마 시장 자체가 미국 할리우드와 핵심 장비 업체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시네마 관련 핵심 장비인 디지털영사기(DLP)·디지털서버 등을 개발하는 국내 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계 주요 업체들이 미국 할리우드의 권고안에 맞춰 장비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디지털시네마 가이드라인이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미 DLP 장비를 도입한 CJ CGV(대표 박동호)·롯데시네마(대표 김광섭)·메가박스(대표 담철곤) 등 주요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각기 다른 사양의 DLP를 도입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형 디지털시네마 도입은 초기부터 험난한 것으로 예상된다.
디지털시네마 환경을 구현하기 위한 핵심 장비는 DLP와 디지털서버다. DLP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인 미국의 ‘크리스티’, 일본 NEC와 디지털서버 개발 주요 업체인 미국의 ‘큐빗’, 미국의 ‘아비카’ 등은 지난해 할리우드가 영상압축기술 권고안으로 채택한 ‘JPEG2000’ 방식의 2K(해상도 2048×1080)를 적용해 장비를 개발하고 있지만 디지털시네마 장비를 직접 생산하는 국내 업체는 아직 없다.
이처럼 핵심 장비를 미국 할리우드 권고안에 맞춰 장비를 개발하고 있는 외국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디지털시네마 시장 주도권은 이미 외국으로 넘어갔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와 관련 문화부가 올해 초부터 디지털시네마 전환사업에 있어 촬영기와 프로젝터, 관련 솔루션 등 제작과 배급, 상영 전반에 걸친 장비와 솔루션의 국산화에 촛점을 맞추기로 하고 총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지만 업계는 회의적이다.
멀티플렉스 체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우리나라에 도입할 수 있는 최적안의 디지털시네마 지침을 마련 중이지만 장비 국산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불성설”이라며 “멀티플렉스 체인업체들은 이미 각기 다른 사양의 외국 업체 DLP 장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영화 제작업체들의 열악한 제작 환경도 디지털시네마 도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해상도가 높은 디지털영화 상영 인프라를 갖춘다고 하더라도 제작 환경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면 아날로그 방식으로 제작되는 영화를 디지털화하는 데 비용이 이중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할리우드 권고안인 2K급의 해상도가 가능한 장비를 도입하더라도 국내 영화 제작환경이 고해상도 상영 장비와 보조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며 “디지털시네마는 영화 제작·촬영·유통·상영이 균형을 맞춰야 가능한데 영화 제작기술에 대한 투자가 열악해 제작환경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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