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없이 반복적 신음소리 등...수준 이하
법원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성인 동영상을 인터넷 포털에 제공한 콘텐츠 제작업자에게 음란물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인터넷 업계가 ‘합법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는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는 가운데 지난해 3월 검찰에 기소된 20여개 콘텐츠제공업체 및 포털에 대한 판결이 오는 3∼4월경 줄줄이 예정돼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이병세 판사는 남녀간 성관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을 인터넷 포털에 제공, 정보통신법상 음란물 유포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동영상 제공업체 P사 대표 김모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3월 검찰이 온라인 음란물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20여개 콘텐츠 제작사와 3개 포털 등을 기소한 후 나온 첫 판결로 그 결과에 업계가 촉각을 기울여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만든 12편의 영상물은 평균 30∼40분 길이로 스토리가 전혀 없는데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도 아닌 남녀의 성적인 대화와 접촉 모습, 반복되는 신음소리로 처음과 끝을 채우고 있어 예술성을 논할 수 있는 수준이 못된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해당 온라인 동영상의 원본인 비디오물이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검찰 표현대로 ‘도가 지나쳤다’는 것은 다분히 자의적인 해석으로 기업이 예측가능한 합법적 서비스를 할 수 없게 됐다”며 “현행 법률기구인 영등위의 심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이드라인은 없고 처벌만 있는 상황이 더 큰 문제”라고 즉각 반발했다.
김 씨와 함께 적발된 NHN·다음커뮤니케이션·야후코리아 등 포털 3사는 기소 이후 즉시 관련 성인 동영상 서비스를 중단했으며 현재 1심 재판이 진행중이나 이번 판결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와 관련해 포털 동영상 기소 직전에 검찰에 적발된 모바일 성인 동영상의 경우, 현재 SK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안전판을 마련하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사전 심의를 요청해둔 상태이며, 이번 판결로 이 같은 작업이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영상물등급위원회 관계자는 “해당 영상물이 어떤 연령대가 시청하기에 적합한지를 판단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지만 음란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또 다른 문제일 수 있다”며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면서도 “디지털 파일로 된 인터넷 동영상의 특성상 비디오물로 등급을 받은 후에 선정적인 장면만 골라 편집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김유경·정진영기자@전자신문, yukyung·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