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
이동통신사들의 ‘엄살’이 너무 심했다.
이동통신 3사는 지난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다. SK텔레콤은 처음으로 매출액 10조원대를 돌파했고 당기순이익도 2조원대에 육박했다. KTF는 매출 5조원대를 맞이하면서 당기순이익도 5500억원에 달했다. LG텔레콤도 매출액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3조원대에 근접했고 당기순이익은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2400억원 가량을 달성했다. 가입자당매출(ARPU) 역시 모두 4만원대를 넘어섰다.
실로 경이로운 기록이다. 가입자당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이처럼 높은 분야도 드물 것이다. 특히 이 3사는 내수가 거의 전부인 사업구조다. 경기부진으로 허덕였던 지난해를 생각하면 내수기업인 이통 3사의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은 좀처럼 상상이 안 가는 수치들이다.
사상 최고 실적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뭔가 ‘속은’ 기분이다. 뒤끝이 개운치가 않다. 그토록 거세게 쏟아지는 요금인하 여론에도 실적 악화를 이유로 모르쇠로 일관했던 이통사들이 아니던가. 발신자번호표시(CID)·단문메시징서비스(SMS) 등 부가서비스는 더욱 그렇다.
연간 산업 유발효과가 큰 설비투자 내용도 마찬가지다. KTF는 특히 지난해 초 제시한 투자가이드라인 1조원 중 30% 가량이나 밑돈 7138억원에 그쳤다. SK텔레콤도 당초 계획한 1조5000억원보다 1000억원 정도 모자랐고, LG텔레콤 역시 연초 제시액보다 140억여원이 미달하는 3338억원을 집행했다.
대신 KTF·LG텔레콤은 가입자 모집을 위한 마케팅에는 설비투자보다 각기 2500억원 가량 많은 비용을 쏟아부었다.
실적이 좋다는 것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3사의 사상 최고 실적은 상당부분 이용자의 편의와 서비스 확대로 이어질 선순환 개념의 설비투자를 축소한 데 따른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데이터서비스 등 부가서비스 매출이 효자노릇을 톡톡이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쯤이면 이통사들의 이중플레이가 단연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통사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으니, 이젠 설비투자와 신규 서비스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차례다. 아니면 이용자들의 요금인하 목소리만 들릴 것이다.
IT산업부·박승정기자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