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증권선물거래소(KRX)가 통합 1주년을 맞았다. 유가증권·코스닥·선물 시장을 한군데로 통합한다는 정부 방침이 무리없이 진행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일단 통합 작업은 합격점을 받았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고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도 상당히 회복됐다. 상장지수펀드, 주식워런트증권, 스타선물지수 등 신금융상품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이를 모두 통합 거래소의 공으로 돌리는 것은 다소 억지스럽다. 정부의 지속적인 자본시장 육성책과 50년간 축적된 시장 경험이 낳은 결실이라고 보는 게 맞다.
통합 거래소는 아직 화학적 통합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출신성분에 따른 정서적 차이가 여전히 존재하며 코스피·선물·코스닥 등 시장별로 분리 운용되는 전산시스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작년 거래소 신임 이사장은 통합 일성으로 ‘동북아 금융허브’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 같은 방침은 통합 1주년 기념행사에서 재차 확인됐다. 동북아 금융허브라는 장기 비전에는 거래소가 국제화되지 않으면 후진 시장이란 멍에를 짊어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각국 거래소 간 생존경쟁이 불꽃을 튀긴다. 유럽 각국 거래소 간 M&A 움직임은 EU 단일 거래소 설립이 가능할 것이란 성급한 예측까지 가능케 한다. 중국 기업들은 홍콩이나 미국 증시를 자국 증시보다 선호하는 추세며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들은 과다한 상장 유지비용을 핑계로 런던거래소나 독일증권거래소로 이전하는 경향도 있다. 도쿄증권거래소에선 지난해 IBM이 상장 폐지를 결정한 바도 있다.
현 상황에서 KRX의 국제경쟁력 확보는 사활이 걸린 문제다. 다소 비약한다면 한·중·일 거래소 간 통합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자유무역협정(FTA)이 성사되고 동북아 경제권이 공고해지면 한·중·일 단일 거래소가 결코 허무맹랑한 얘기가 아니다. 투자자로선 거래소가 어디에 있든 뭐가 대수롭겠는가.
결국 우리 증권시장의 국제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현안이다. 통합 거래소는 그동안 해외 기업의 국내 상장을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지난해 중국 기업의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으나 중국 내 변수로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증시 개설이 벌써 50년인데 아직 국내 증시에 상장 해외 기업이 없다는 것은 영 체면이 안 선다. 명색이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한다면서 말이다.
지금은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시가총액에서 외국인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작 상장하려는 외국기업은 없다. 이는 그만큼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탓이다. 외국 기업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가 검토돼야 할 것이다. 외국 상장 기업 CEO에게 국적까지 주겠다는 국가도 있다.
시장의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최근 증시 활황세를 틈타 우회상장과 유상증자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국내 증시에 여전히 불순한 요소가 있음을 방증한다.투자자들만 골탕을 먹는 꼴이다.
IT시스템의 통합도 주도면밀하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잇단 매매시스템 오류는 거래소의 국제적인 명성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다. 이는 결국 전산시스템의 오류 때문이다.
코스닥과 코스피의 매매체결시스템 통합, 선물 거래시스템의 새로운 시스템으로의 이전, 전자공시시스템과 감리시스템의 보강 등 산적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제 1년을 맞는 증권선물거래소가 어떻게 미래에 대비하느냐에 우리 자본 시장의 미래가 달려 있다.
◆경제과학부 장길수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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