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이제는 인프라를 넘어 서비스다’
전자신문이 주최한 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 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이 지난 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IT, 이제는 서비스다’라는 주제로 1월 정기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40여명의 회원이 참가, 서비스로서의 IT 미래와 해법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특히 세계적 고객관계관리(CRM)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제공업체인 세일즈포스닷컴의 그랙 비어드셀 아시아·태평양(AP) 부사장이 연사로 나와 자사의 사업 경험과 IT서비스 성공 모델에 대한 강의를 했다. 이외에 김동식 케이웨더 사장, 임규관 SK텔레콤 솔루션부문 상무, 채종진 KT 비즈니스 기업 솔루션부문 상무, 황종성 한국전산원 IT전략지원단장 등이 패널로 참석, 현 IT서비스 분야의 고민과 향후 나아갈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자들은 지난해부터 급속히 확산 되기 시작한 IT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을 강조했다. SW사업 부문 수익성이 점차 급감하는 만큼, 국내 SW업체들도 ASP·고객 맞춤 서비스 등 고객에 한 발 더 다가간 서비스 관점에서 IT비즈니스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초청 연사로 참석한 그랙 비어드셀 세일즈포스닷컴 AP 부사장은 “현재 IT 컴퓨팅 분야는 시대에 흐름에 따라 급변하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메인프레임 시대처럼 표준화된 서비스가 아니라 ‘고객 맞춤형(Customization)’ 솔루션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는 지가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세일즈포스닷컴의 장점은 고객들이 자사에 필요한 솔루션을 즉각 찾을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온 디맨드(On-Demand)의 미래는 고객사가 뭘 원하는 지를 먼저 파악해 대응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ASP 등 IT서비스가 국내에서 아직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해법을 논의했다. 일부 회원들은 현재 주로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서비스가 너무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요자 중심으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채종진 KT상무는 “IT흐름이 분명 서비스로 흘러가고 있지만 지금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서비스(ASP)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진정한 수요자를 위해 컨버전스 측면에서 기술 서비스, 산업간 공동 서비스 등 토털 IT서비스로 나아가야 수익성 확보가 쉬울 것”이라고 말했다. IT인프라는 1위지만 활용도는 10위 밖인 국내 실정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즉 기업이 과거처럼 인프라 구축에 힘쓸 것이 아니라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 확보를 우선시 해야된다는 것이다. 모바일 서비스의 경우 지나치게 엔터테인먼트, 게임 분야에 집중돼 있어 이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임규관 SK텔레콤 상무는 “유비쿼터스 시대에서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서비스를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특히, DMB·와이브로 등 IT 커뮤니케이션 인프라가 다양해지는 요즘, 이 인프라를 100% 활용할 만한 콘텐츠 구축이 시급하고 기업이 먼저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날씨정보 서비스를 하고 있는 케이웨더의 김동식 사장은 “향후 어떤 IT서비스를 하던 간에 콘텐츠에 맞고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콘텐츠 비즈니스의 경우 IT서비스 방법에 따라 용도와 가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IT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인 ASP에 대해 진지한 토론도 펼쳤다. 일부 중소기업 사장들은 대기업이 IT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자사 위주로 진행하는 경향이 크다며,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위해 진정으로 중소기업과 협력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ASP서비스 확산을 위해 홍보만 할 게 아니라 최종 사용자들이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됐다.
황종성 한국전산원 단장은 “서비스가 화두인 만큼 현재 50만명 수준인 ASP서비스 사용자를 3년 안에 100만명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 중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100% 고객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런 문화가 정착되면 단순 ASP서비스를 뛰어 넘어 하드웨어를 포함한 광의적 개념의 IT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통신 미래모임 회장인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IT서비스가 필수라는 것에 대해 모든 기업이 동의하고 있다”면서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용을 지불할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제발표
◇주제: 소프트웨어의 미래
발표: 그랙 비어드셀 세일즈포스닷컴 AP 부사장
현재 세계 SW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과거 단순 솔루션 제공에서 온디맨드, 즉 고객의 요구에 따른 제품 공급으로 진화했던 SW시장은 IT서비스를 만나면서 크게 변하고 있다. 이에 SW시장은 고객화(customization)를 뛰어넘어 고객의 요구를 100% 파악하는 생태계(Ecosystem)로 나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ASP서비스로 고객관리 솔루션(CRM)을 공급하는 세일즈포스닷컴이 얼마나 살아남겠냐고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 회사는 매년 80%가 넘는 고객사 증가율을 보이며 현재 1만8700개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성장은 온디맨드의 변화를 IT서비스 관점에 파악해 기민하게 움직인 데 있다. 과거 메인프레임과 클라이언트·서버 컴퓨팅 환경에는 IBM, 오라클, 시벨 등 전통적인 IT솔루션 기업이 강자였다. 하지만, 온 디맨드로 진화된 지금은 구글, 이베이 등 고객의 요구를 100% 만족시켜 줄 수 있는 기업들이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개방적 컴퓨팅 환경에서는 고객들이 원하는, 고객들을 위한 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세일즈포스닷컴은 단순 솔루션 제공이 아니라, 고객이 자사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얻을 수 있는 ‘IT 솔루션 마켓 플레이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사들은 이 마켓에서 자신들에게 맞는 플랫폼과 솔루션을 구입해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주제: 콘텐츠비즈니스도 IT서비스 인프라에 따라 변한다.
발표: 김동식 케이웨더 사장
날씨라는 무형의 정보를 가공해 판매 하다보니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에 따라 콘텐츠의 가치가 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비스 유형에 따라 제공하는 정보와 그 질이 달라지는 것이다. 일례로 일반 시민에게 주는 오늘의 날씨 정보와 편의점, 가스공사 등에 주는 정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는 가격과는 무관하다. 몇만원의 서비스를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몇천만원도 과감히 투자하는 기업이 있다.
이런 느낌의 차이는 IT서비스 인프라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신문 지면 등을 통해 단순 날씨 정보를 제공할 때는 일반 대중들이 빨래, 세차 등을 하는 데 활용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폰, 기업 전산망 등을 통해 타깃 정보를 제공한다. 이럴 경우 아주 다른 결과가 발생한다.
휴대폰 유료 문자 서비스를 통해 날씨 정보를 받은 고객들은 정말 날씨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죽은 정보는 필요없고 휴대폰을 통해 살아 있는 정보를 원한다. 즉 몇 백원짜리 정보지만 오프라인이 아닌 모바일을 통해 서비스됨으로써 그 가치가 확대되는 것이다. 이는 기업에도 마찬가지다. 기업 전산망을 통해 공유되는 날씨 콘텐츠 정보는 기업의 사운을 결정지을 만큼 중요할 때도 있다. 이게 바로 IT서비스 인프라에 따라 달라지는 콘텐츠의 가치다.
◇주제: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지원하라.
발표: 황종성 한국전산원 IT전략지원단장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에서 IT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르는 등 IT는 우리의 젖줄이자 미래다. 하지만,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IT서비스 부문 역할은 아직 미미하다. 민간기업이 IT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해 매년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IT서비스의 중심은 ASP를 사용하고 있는 고객들로 전국적으로 50만명 수준이다. 정부는 이 수치를 오는 2008년까지 100만명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정책을 수립 중이다. IT서비스 제공회사들은 ASP를 잘 활용하던 중소기업들도 일정 규모가 되면 자체 전산실을 꾸미고 자기 IT시스템을 구축하려 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은 근본을 벗어난 것이다. 실제 중소기업 등 IT서비스의 최대 소비자들은 아주 영리하다. 꼭 써야할 이유가 있으면 거액도 마다하지 않는다. 중소기업들이 이탈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각 기업은 정말 기업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정책 지원을 하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는 인프라가 아니고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새로운 IT서비스를 찾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금 u도시, 실시간 정보시스템 등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IT서비스 업체들도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적절한 ‘리스크 태스킹’이 필요한 시점이다.
◇주제: 토털 IT서비스가 필요하다
발표; 채종진 KT비즈니스 기업 응용소프트웨어 부문 상무
지난 2003년부터 3년 여간 ‘비즈메카’ 등 ASP 기업 응용소프트웨어 판매를 맡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 확대가 어렵다. 하지만, SW산업이 ASP를 비롯한 서비스로 가는 것은 자명한 만큼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는 공급자와 수요자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ASP서비스의 경우 공급자는 일회성의 제품 판매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수입과 영업의 영속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또 수요자도 자동 업그레이드 등 한번의 설치로 모든 것이 해결되기 때문에 투자 대비 효율이 뛰어나 대체로 만족하고 있다.
하지만, IT서비스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몇 가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존재한다. 단순한 SW 공급만으로는 더 이상의 수요 창출이 힘들다. 전체 IT라는 큰 범주에서 고객들에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즉 토털 렌트 개념이 먼저 도입돼야 한다. 이는 사업 간에 컨버전스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아주 유용한 개념이다. 모든 산업에 IT가 적용되고 이들이 통합되고 있는 지금, 솔루션이 이들을 연결할 수 있는 교차점이 돼야 한다. 여기서 바로 토털 렌트 IT서비스라는 개념이 탄생한다. 지금은 SW가 중심이 돼 하드웨어 등을 모두 서비스할 수 있는 통합 IT서비스가 필요한 시점이다.
◇주제: 인프라보다 콘텐츠가 먼저다.
발표: 임규관 SK텔레콤 솔루션 사업본부 상무
2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IT서비스 산업은 지금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초고속 인터넷 등 IT인프라 확충으로 서비스 사업은 탄력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올해는 DMB, 와이브로 등 차세대 인프라가 구축되는 시기여서 새로운 IT서비스 탄생이 기대된다.
하지만, 인프라 확충에 앞서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콘텐츠다. 얼마 전 정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IT인프라 구축은 세계 1위 수준이지만 콘텐츠 비즈니스 등 이를 활용하는 정도는 10위 밖이다. 이건 문제다. 사용자 측면에서도 거액을 들여 구축한 인프라를 사장시키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고 사용자도 돈을 낼 만한 부가서비스가 많지 않으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에 IT서비스를 확산시키기 위해 사업자들은 개인과 기업 고객들이 진정 원하는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즉 서비스에 맞춰 인프라를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SK텔레콤만 봐도 지난해 멜론 서비스, 모바일 사이월드 등 데이터 부문 매출만 2조5000억 원이 넘었다. SK텔레콤은 국내 콘텐츠 성공을 기반으로 해외에 진출할 계획이다. 즉 콘텐츠를 앞세워 인프라를 구축해 나간다는 말이다. 이렇듯, 모바일 환경이 가속화되고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는 시기에는 콘텐츠 와 IT서비스를 채워갈 내용물이 더 절실하다. 얼마전 태평양이 뷰티 컨설턴트들에게 3만 개 정도의 PDA를 공급했다. 물론 업무 전산화를 위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고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한 콘텐츠 확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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