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보안! ○○중대 ○○○입니다.”
군필자들에겐 상당히 익숙한 말이다. ‘통신보안’을 외친다고 해서 저절로 보안이 유지되는 건 아니지만 군에서 보안의 중요성을 잊지 말자는 취지로 습관처럼 사용한다.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부대 내 사제(私製) PC 반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군부대 주소는 ○○사단이 아닌 ○○부대 또는 사서함 번호를 대신 사용한다. 부대 일반 유선전화번호는 아예 없다. 이 모두 보안유지를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보안의식 개념이 바뀌고 있다. 아니 무뎌지고 있다는 표현이 맞다. 야외 훈련시 현역 중·소대장들은 휴대형 P85K 무전기 대신 자신의 휴대폰을 먼저 꺼내든다. 무전병이 짊어진 P77 무전기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는 군통신장비로 휴대폰이 자리매김한 지도 이미 오래다.
사흘 전 육군은 중대급 이상 부대에 인터넷 카페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현역 장병과 그 가족들은 물론이고 전역자들까지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가 포털사이트에 개설된다. 인터넷 카페는 지난해 11월부터 7개 사단에서 시험 운영되면서 의사소통 활성화에 기여한 혁혁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군은 2008년까지 2969개 중대에 5만1125대 컴퓨터를 보급해 PC방을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철통보안’의 상징인 군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 되자 군 기밀 유출이나 전력 노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열린병영 실천을 위해 가족·애인·선후배 간의 언로를 개방하는 것도 좋지만 최근 인터넷을 통한 군사기밀이 잇따라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누구나 접근 가능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역효과를 우려한다. 지난해 음어 인터넷유출 사건이나 올 초부터 연이어 터지고 있는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의 군사기밀 유출 및 의혹은 군 보안태세가 예전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예비역 등 일반인이 운영하는 군 관련 사설카페는 확인된 것만 5만5000여개, 가입 회원은 129만명. 군 보안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또 통제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군의 개방화, IT화는 필요하다. 다만 그에 대한 보안 유지책 마련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시대가 변하면서 보안 개념에 대한 유연성은 필요하겠지만 무감각은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컴퓨터산업부·최정훈차장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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