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네트워크 다시보기](13)테스트베드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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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세계 IT기술 테스트베드로 각광을 받기 시작한 때는 1995년 이후다. CDMA가 성공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 IT기술의 시험무대가 됐다. 풍부한 기술인재들과 높은 연구개발 능력 등으로 인해 세계 IT업체의 구애를 받기 시작했다. 초고속인터넷이 구축되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온라인 상에서 장소 구애없이 언제든지 시험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IMF 구제금융 사건 이후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이 잇따르면서 크고 작은 벤처기업들이 우후죽순 생겨나, 대한민국을 테스트베드로 만드는데 일조했다.

 무엇보다도 우리나라가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자리잡은 이유로는 첨단 기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수준높은 소비자가 있었다. 대한민국 소비자들은 CDMA나 초고속인터넷, MP3 플레이어, DVD 콤보 등을 별 다른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우리나라에서 히트한 이들 제품은 세계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성공했다. 아시아 문화권에 있으면서도 서구 문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일본이 메이지 유신이라는 이름으로 19세기 주역이었다면, 우리나라는 컨버전스를 이해하는 민족성을 통해 21세기 IT혁명의 신흥 테스트베드로 떠오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이 신제품 발표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한 것도, 이런 테스트베드 역할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홈네트워크는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지녔다.

 ◇종합 예술 홈네트워크=홈네트워크는 가정을 중심으로 다양한 산업, 서비스를 가족과 연결한다. 가족구성원이 사용하는 정보기기, 생활가전, 통신기술, 주거공간, 문화적 특성 등이 상호간 접목되고 이해돼야 한다. 대도시 중심의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을 중심으로 거주하는 우리나라 주택문화는 이같은 종합예술을 구현하기 금상첨화다. 가정 내에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와 통신시설이 구비됐으며, 해당 지역마다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저렴한 비용에 무선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2만달러를 육박하는 1인당 국민소득도 테스트베드로서는 유리한 조건이다. 소비자는 기술 수용성이 빨라, 새롭고 복합적인 서비스를 구현하기에 좋다. 정부의 정책과 IT기업의 사업화 노력만 가미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홈네트워크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다. 산업계 전반을 뒤흔들 폭발력 있는 홈네트워크의 지각변동이 한국에서 먼저 시작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물은 엄청난 경제적 효과다. 홈네트워크는 이런 이유로 IT839 선순환 투자구조의 핵심으로 불린다.

 ◇직장에서 가정으로, 가정에서 세계로=홈네트워크의 장점은 기기, 산업, 다양한 경제적 서비스의 영역확대가 이뤄진다는 점이다. 정보기기, 통신장비, 솔루션, 통신서비스, 엔터테인먼트 등이 연계되면서 상호간 파급효과를 미치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이 생성될 수 있다. 그 혜택은 우리기업과 국민, 정부에게 고스란히 돌아온다.

 문제는 홈네트워크 시장 확산이다. 테스트베드를 구축하려면 현재까지의 수천명 수준의 시범사업으로는 불가능하다. 시범사업의 틀을 제거하고, 실제 소비자가 시장에서 홈네트워크를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서비스 형태로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 신축아파트 중심의 홈네트워크 시장도 존재하지만, 기축 시장을 대상으로 홈네트워크의 실제를 깨닫게 해줄 사업모델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홈네트워크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는 시점, 테스트베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입자 기반을 320만명으로 보고 있다. 신도시 건립 등으로 앞당겨지겠지만 신축아파트만으로 홈네트워크를 구축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 걸린다. 세계 선진국과의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시장에서 테스트베드 구축에만 10년 이상 걸린다면 경쟁력은 없다. 세계 테스트베드가 되려면 이 기간을 앞당기는 게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처럼 기축아파트 대상으로 디지털홈을 체험하거나 즐길수 있는 형태로 그 개념을 바꿔야 한다. 우리 주거환경보다 더 열악한 해외의 상황을 고려해 거기에 맞는 서비스를 구현해야만 한다. 타워팰리스나, 시범아파트 수준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는 저렴한 서비스 구현이 요구된다. 해법은 바로 콘텐츠 유통에 있다.

 ◇콘텐츠 유통방안=2004년 이후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은 전쟁에 들어갔다. MS, 인텔에 이어 삼성전자마저도 세계 표준화 기구를 주도하며 영역 싸움에 나섰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체는 물론 MS와 인텔,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이 바라보는 홈네트워크는 일단 콘텐츠 유통에 매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MS는 2004년 10월 홈 서버용 운영체제인 ‘윈도XP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5’를 발표하면서 미디어 센터 PC 사업을 추진중이다. 현재 100여개 업체들이 이 진영에 동참하고 있다. MS전략은 엔터테인먼트 지향적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TV튜너와 프로그램 기록장치, 대용량 하드디스크, 리모콘 및 게임콘트롤 기능 등 소비자 지향의 인터페이스가 대폭 강화됐다. PVR이 내장된 셋톱박스와 유사하다. 장점은 다양한 콘텐츠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축 주거공간을 겨냥, 별다른 구조 변경없이 홈네트워크를 사용자가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식한 행보다.

 인텔의 디지털 홈 플랫폼 바이브도 이와 유사하다. 인텔이 겨냥한 것은 홈엔터테인먼트 PC플랫홈 시장이다. 인텔은 2006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CES에서 바이브 디지털홈에서 콘텐츠 업체를 결집시켜 세력을 과시했다. 유선과 무선을 이용해 기기간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자사가 주도하는 DLNA 표준도 함께 이용된다. 인텔은 소니, 도시바, 히다치,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업체와 공동으로 콘텐츠 공유에 필요한 정보보안기술 DTCP/IP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인텔의 디지털홈 전략은 가전업체의 반감을 살 가능성도 높다. 자칫 소비자 가전 SoC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가전 칩업체는 물론 가전 Soc 사업과 독자적인 이미지 엔진을 사용중인 국내외 가전업체로서는 인텔의 행보가 욕심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 장악을 노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파나소닉이 이를 곱게 볼리 만무하다. 최근 삼성전자는 HANA컨소시엄을 통해, LG전자는 LncP컨소시엄을 통해 디지털홈 시장을 겨냥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은 디지털 TV를 중심으로 콘텐츠 유통에 대한 사업모델을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탐방-대우일렉

대우일렉(대표 이승창)은 1995년부터 홈네트워크 관련 연구개발을 시작해왔다. 홈네트워크 관련 연구 시점만을 놓고 본다면 그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대우가 이른바 ‘세계경영’의 기치를 내세울 때 대우의 홈네트워크 역사는 시작됐다. 때문에 홈네트워크와 관련한 다양한 기술들이 축적돼 있다.

대우일렉은 2003년부터 3년 간 국내 홈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정부 시범사업에 참여했다. 신림동 대우 프르지오 아파트 100세대에 게이트웨이 겸용 지상파 디지털 TV 셋톱박스 설치를 시작으로 최근 들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대우일렉의 홈네트워크 사업은 LG전자와 다양한 범위 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04년 8월 양사간 포괄적 사업제휴가 체결된 이후 홈네트워크 관련 부문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우일렉은 이밖에 OSGi UFK 창립, LnCP컨소시움 창립 등 여러 업체와의 사업 협력을 위한 협력체를 구성, 운영해 왔다.

대우일렉은 그간 수년간 홈네트워크 분야 해외진출을 위해 CES, IFA 등 다양한 국내외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내에도 u-Home 전시장을 만들어 테스트 베드로 활용중이다. 이곳은 홈서버, 홈게이트웨이, 각종 홈오토메이션 기기, 홈네트워크 가전 등을 설치해 실제 생활 환경에서 사용성 시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홈네트워크 브랜드명은 ‘홈지기’다. 대우는 홈지기를 통해 홈게이트웨이, 홈서버와 같은 핵심기기, 각종 가전과 같은 중요 제품과 및 LnCP, LonWork, ZigBee, OSGi와 같은 표준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을 선정, 육성할 방침이다.

대우일렉은 다양한 전문 업체와의 협력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대우일렉은 특히 “통신사업자, 컨텐츠 업체와 서비스 분야 제휴, 건설 관련 업체와 표준 솔루션을 정의, 홈오토메이션 업체와의 공동 마케팅 추진, 타 가전사와의 사업 제휴”등을 통한 시장확대를 꿈꾸고 있다. 홈네트워크 서비스가 다양한 산업 분야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감안한 전략이며, 동시에 대우가 갖고 있는 해외 마케팅 능력을 십분 활용하겠다는 양동작전으로 풀리된다. 가전은 일단 내부 개발을 수행하지만, 각 홈오토메이션 기기나, 개별 기술 등은 전문 업체와의 협력을 일차 목표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철저하게 역할분담을 하겠다는 이승창 사장의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인터뷰-대우일렉 기술총괄 정흥상 신사업팀 이사

=대우일렉의 올해 역점사업은.

▲사내외 협력에 의해 신규 사업 모델과 신상품을 기획하는 것이다. 대우는 핵심 기기와 정보가전에 집중하고, HA 기기 등은 전문 업체와 제휴하여 최고의 시스템을 구성하려 하고 있다. 표준부문에서도 또 하나의 비표준 규격을 독자 개발하기 보다는 기존 규격 최대한 수용 (LnCP, OSGi 등)하며, 신규 개발된 자사 기술의 기존 규격에 수용하도록 시도할 것이다.

=마케팅 전락은

▲수익성 제고를 위한 프리미엄급 솔루션 사업 확대하려 한다. 이를 위해 일본 등 아시아권에는 제어 중심, 유럽에는 AV기반의 솔루션 사업 진출을 모색하려 한다. 각 나라별 특성에 맞는 홈네트워크제품을 공급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대우 홈네트워크의 특징은.

▲다양한 전송 표준과 기기를 수용한다는게 중요하다. OSGi가 추구하는 바다. LonWork, LnCP, ZigBee 등 다양한 규격과 호환되므로 홈네트워크가 추구하는 개방성이 보장된다. 친환경, 친건강도 관심이다. 기존업체와 다르게 환기 시스템, 시스템 에어컨 등 환경과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기능을 중시하고 이를 홈네트워크화 할 것이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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