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체들 기업 사냥꾼으로 나선다

　소프트웨어(SW)업체가 인수합병(M&A)의 주체로 등장했다.

　사업다각화를 시도하는 제조업체와 시스템통합(SI)업체의 M&A 대상이었던 SW업체가 새해 들어 기업 인수에 뛰어들었다. 보안업체인 시큐어소프트와 이니텍 등이 최근 M&A를 성사시킨 데 이어 대형 SW업체는 물론이고 중소 SW업체들도 M&A 전담팀을 만드는 등 몸집 불리기에 시동을 걸었다.

　이는 SW업체들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M&A를 통한 사업다각화는 물론이고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함께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감한 사업 확대=SW업체들의 M&A는 사업 확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까지 바이오업체 지분 참여 등을 통해 소극적으로 다른 산업에 발을 담갔으나, 최근에는 M&A를 통해 사업 변경이나 전면적인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분위기다.

　인터넷뱅킹 아웃소싱 업체인 뱅크타운의 인수를 추진중인 이니텍이 대표적인 케이스. 솔루션 사업에서 서비스 사업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키로 선언한 이니텍은 M&A 전문가를 영입해 뱅크타운 인수에 나섰다. 김재근 이니텍 사장은 “현재 보유중인 현금성 유동자산 400억원을 신사업 추진 자금으로 사용할 것”이라며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M&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업 솔루션 업체인 에트피아텍은 최근 경영전략실 내에 M&A 전담팀을 구성하고,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김병수 에트피아텍 사장은 “바이오 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기업을 인수할 것”이라며 “현재 구체적인 대상을 물색중”이라고 밝혔다.

　미들웨어 업체인 티니아텍도 M&A를 추진중이다. 그룹웨어 업체인 나눔기술과 바이오 업체인 파마코디자인 인수를 통해 사업다각화에 성공한 데 힘입어 새해 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권성우 티니아텍 이사는 “인수 비용이 들지 않는 주식 맞교환 형태로 M&A에 나설 것”이라며 “티니아텍을 지주회사로 최대한 많은 업체를 인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판 업체도 M&A에 관심=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대표적인 SW업체에서도 감지된다. 핸디소프트와 더존다스는 글로벌 SW기업 도약을 위해 세계 시장에서 통한 일부 업체를 M&A 대상으로 놓고 내부 검토에 착수했다. SW업체뿐만 아니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서비스나 인터넷 업체도 M&A 검토 대상에 올려놨다.

　2개 SW업체를 잇달아 인수해 관심을 모았던 어울림정보기술도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박동혁 어울림정보기술 사장은 “기업 로드맵을 구성하기 위해서 M&A를 추진했다”며 “국내 SW업체도 앞으로 글로벌 업체처럼 M&A를 통해 제품 라인업을 갖추는 분위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 업체 간 M&A 확산돼야=SW업계의 M&A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최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업체인 오라클은 지난해만 피플소프트·시벨·타임스텐 등 14개 업체를 인수했다. 지난해 5개 업체를 인수했던 CA도 연초부터 와일리·컨트롤에프원 등을 인수했다.

　이처럼 M&A는 제품 라인업을 완성함과 동시에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SW업계와는 다르게 국내 M&A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W 전문업체 간 M&A는 절대 부족한 상황이라는 것.

　이수용 중소소프트웨어사업자협의회장은 “코스닥 우회 상장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기업 중장기 비전을 위한 포석에서 M&A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전문 솔루션 업체끼리 합쳐 전문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나가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