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덕칼럼]진실앞에 무너진 황우석 신화

 연초, 진실 앞에 황우석 교수팀이 무너졌다. 논문 조작과 말 바꾸기, 거짓말 등이 몰락 이유다. 가슴 아픈 일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변한 탓이다. 다른 나라 보기에도 창피한 일이다. 황 교수팀의 자업자득이다. 남을 탓할 게 못 된다. 서경의 태갑(太甲)편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하늘이 만드는 재앙은 피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지은 재앙은 피할 수가 없다.”

 황 교수팀에서 보면 반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진실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안타깝다. 성과도 있었기에 더욱 허탈하다.

 황 교수는 이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과학기술계의 스타이자 영웅이었다. 과학기술생에게는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선배였다. 세계 최초로 배아줄기세포를 추출하고 복제 개 ‘스너피’를 만들었다고 했다. 국민은 환호했다. 한국의 노벨의학상 후보자로 국민의 기대를 모았다. 특히 난치병에 시달리는 이들에게 그는 구세주였다. 자신감에 넘치는 그의 언행도 화제였다. 그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겐 조국이 있다”고 했다. 그의 말에 국민은 갈채를 보냈다. 정부나 기업 등은 그에 대한 연구비 지원에 인색하지 않았다. 그의 위상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갔다. 경찰은 그를 요인으로 분류했다. 연구시설도 ‘초특급 보안경비’ 대상으로 격상했다.

 그랬던 그였지만 진실을 비켜 갈 수는 없었다. 이번 서울대 조사위의 발표는 그에 대한 이런 기대감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설마 그럴리가” 했던 것이 “혹시나”에서 “이럴 수가”로 끝맺음했다.

 이번 일로 과학기술계를 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이 세상에 누굴 믿어야 하나. 서울대 조사위의 보고서를 보면 ‘스너피’를 빼고는 모두 가짜인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과학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현상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이를 잘 아는 그가 왜 논문을 조작했을까. 국민의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조급함에 그렇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진실은 당사자가 밝혀야 한다. 그가 본분에 충실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가. 정부나 언론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전 감시와 통제를 제대로 못 한 책임이 적지 않다.

 정부는 11일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서울대 조사위 발표를 바탕으로 최고과학자위원회 심의를 거쳐 황 교수에 부여한 제1호 최고과학자 지위를 취소했다. 감사원은 황 교수팀에 대한 연구비 집행내용과 줄기세포 연구 결과 검증체계 등을 중점 감사한다고 한다. 검찰도 황 교수 고발건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황 교수에 대한 24시간 경호인력을 철수했다. 이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허나 사후약방문이다. 때늦은 조치다.

 그렇다고 우리가 온통 이 문제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다. 사후 처리나 제도 마련과는 별개로 황 교수 사태를 거울삼아 과학자들이 첨단 분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경은 자기 성찰의 기회가 된다고 한다. 지금도 연구실에서 미래를 꿈꾸며 과학기술에 도전하는 젊은이가 많다. 이들의 열정이 식지 않도록 해야 한다. 황 교수도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기술력을 입증해야 한다. 우리는 진실 앞에만 서야 한다. 황 교수가 주는 교훈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3일 새해 바람으로 ‘선흉후길(先凶後吉)’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은 빨리 매듭짓자. 그리고 후길을 향해 달리자. 지금은 미래 전략을 설계하는 연초다.

 이현덕주간@전자신문, hdlee@


브랜드 뉴스룸